26일 열린 ‘국가 이미지 제고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국가 이미지 개선작업은 생산품이나 서비스의 실제 발전과도 밀접하게 연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주훈기자
분단국가, 시위, 불법복제품….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한국하면 떠오르는 뚜렷한 이미지가 없어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혼동하는 외국인들도 많다.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6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는 이 같은 주제를 놓고 ‘국가 이미지 제고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 인사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미국 등 주한 각국 문화원장 등 100여명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국가이미지위원회 주관,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이사장 최정화) 등 후원.
이날 쇼바 포나파 영국문화원장은 한국 홍보에 참고될 만한 영국문화원 활동을 소개하면서 그 활동이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1997∼98년 영국 정부 주도로 추진된 ‘쿨 브리태니커(Cool Britannica)’ 프로젝트의 경우 ‘멋있고 젊은 영국’의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대중음악 패션 미술 분야에 비해 과학기술과 공산품 분야에선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 포나파 원장은 “국가 이미지 개선 작업은 생산품이나 서비스의 실제 발전과도 밀접하게 연결돼야 한다는 사실을 이때 배웠다”고 말했다.
파트릭 모뤼스 프랑스문화원장은 “전통문화뿐 아니라 동시대의 예술인들을 외국에 알리는 데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랑스문화원의 경우 6월 ‘랑데부 드 서울(Rendezvous de Seoul)’이란 행사를 열어 프랑스의 디지털 아트와 재즈 등을 한국에 소개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9·11테러와 이라크전 이후 실추된 국가 이미지 회복을 위해 각국 도서관에 ‘아메리카 코너’를 설치해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책들을 비치키로 했다고 모린 E 코맥 주한 미대사관 공보관은 밝혔다. 이를 위해 해당 분야 책들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우베 슈멜터 독일문화원장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이미지는 정부와 국민의 노력으로 크게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베토벤과 히틀러를 함께 떠올린다”고 말했다. 그만큼 한 국가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유홍준 명지대 교수 등 토론자들은 국내 문화재보호법 때문에 삼국시대 토기가 대영박물관에 전시되지 못하는 점이나 영어로 된 한국미술사 책이 한 권도 없는 현실 등을 지적하고 국가이미지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