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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구려가 사라졌다’

입력 | 2003-11-27 18:31:00


세계의 유명 인터넷 사이트들이 한국 역사의 기원을 신라의 삼국통일 시점인 668년으로 소개했다가 국내 네티즌의 항의를 받고 이를 기원전 4000년경으로 바로잡았다. 반만년 우리 역사가 자칫 1300여년으로 줄어들고, 역사상 우리 민족의 가장 자랑스러운 나라였던 고구려가 졸지에 ‘사라진 왕국’이 될 뻔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역사 왜곡을 바로 잡은 것은 한국 바로 알리기 운동을 벌여온 ‘반크(http://www.prkorea.com)’라는 한 사이버 민간단체다. 도대체 우리 정부와 관련 부처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중국은 최근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기 위해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고구려가 중국 변방(邊方)의 소수민족이 세운 지방정권이며, 중원정부를 대신해 그 지역을 위임 통치한 할거정권(割據政權)이었다는 것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해 유네스코가 북한 고구려 고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것을 방해하고, 고구려의 만주 일대 장악을 입증하는 결정적 ‘물증’인 광개토대왕비(碑)와 지안(集安) 일대 고구려 고분에 대한 대대적 정비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자국 내 소수민족의 독립 및 자결권 요구를 미연에 방지하면서 한반도 통일 이후 지린(吉林) 헤이룽장(黑龍江) 랴오닝(遼寧) 등 동북 3성(省) 조선인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장기 포석으로 분석한다.

교육인적자원부 외교통상부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국정홍보처 등 정부 유관 부처는 하루빨리 범정부 차원의 대책과 장기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학계 또한 지난 20년 동안 1000편이 넘는 논문을 통해 고려와 발해사를 중국사라고 주장해 온 중국에 맞서 충분한 사료 발굴과 대응논리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705년간 실존했던 우리 민족의 자존심 ‘대(大) 고구려’를 우리 대(代)에서 한갓 중국의 변방으로 전락시킬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