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1964년 11월 30일을 기념해 제정된 무역의 날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다행히 올해도 무역의 날을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를 수 있게 됐다. 올 수출은 연말까지 19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18%로, 이는 중국을 제외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수치다. 연간 증가액으로는 사상 최대인 300억달러 이상의 수출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수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정도도 사상 초유로 100%를 넘어섰다. 이는 수출이 아니었다면 올해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뻔했다는 얘기이니 올해 수출은 경제를 살리는 ‘일등공신’인 셈이다. 올해 이라크전, 두 차례의 화물연대 파업 등 수출 악재가 줄줄이 이어졌음을 감안하면 이만한 수출 실적은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1964년 당시 우리와 함께 수출규모 1억달러 군(群)에 속했던 중남미 아프리카 나라들이 대부분 아직도 10억달러 이하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니,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하다.
그러나 이렇듯 경이로운 성과에 만족하고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간 우리 기업들이 꾸준히 계속해 온 기술개발과 브랜드화 전략, 그리고 수출지역의 다변화 등의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두고 있지만 좀 더 긴 안목으로 보면 우리 수출의 경쟁력이 아직은 반석 위에 올라서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역협회가 최근 실시한 ‘2003년 산업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경영자의 65%가 앞으로 수출채산성이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수출의 외형적 성장에 비해 내실이 따라주지 못함을 의미한다. 또 수출 품목이 잘나가는 소수 품목에 너무 집중돼 있다.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의 급상승은 단기적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그것이 ‘제조업 공동화’의 부산물이라는 측면에서 걱정스럽다.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수출이 계속 잘되려면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수출지향적’이거나 적어도 ‘친수출적’으로 돼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외톨이’로 남아 있자는 주장을 이해당사자인 농민은 차치하더라도, 이해관계가 전혀 다른 계층과 단체들까지 나서서 ‘연대투쟁’으로 외친다. 이런 나라에 대해 어떤 나라가 호감을 갖겠는가. 우리보다 2, 3배 잘사는 홍콩, 싱가포르와 근로자 평균임금이 비슷한데도 상시적으로 붉은 띠를 두르고 파업과 시위를 한다면 어느 외국 기업이 투자를 하고 싶어 하겠으며, 어느 국내 기업인들 중국으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없겠는가. 산업기술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이공계 기피 현상도 수출의 탄탄대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 수출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야 한다. 올해 무역의 날의 중심 주제는 ‘2만달러 시대, 무역이 연다’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2010년까지 수출이 연평균 11%씩 늘어야 하는데 전제조건인 연 5%의 경제성장이 실현되지 못하면 수출의 부담은 그만큼 더 커질 것이다. 우리는 네덜란드나 벨기에처럼 대외지향적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나라다. 수출이 국민경제에 계속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가 따뜻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한영수 한국무역협회 전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