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는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다 퇴원해 힘겹게 학교생활에 적응중인 민아라는 소녀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친구 같은 엄마 미숙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말상대도 없는 외로운 민아에게, 어느 날부턴가 아래층에 이사 온 사진학과 대학생 영재가 접근해온다. 민아는 지나치게 적극적인 영재의 행동에 당황하지만 서서히 그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ing’의 예고편이나 홍보용 사진 등은 마치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의 그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가 홍보용으로 제작한 뮤직비디오는 시한부 삶을 다룬 비극적이고 통속적인 멜로드라마를 암시한다.
이 조금은 정신분열적(?)인 홍보는 ‘…ing’라는 영화의 성격을 비교적 잘 설명해준다. 줄거리만 따진다면 ‘…ing’는 불치병을 앓는 여자 주인공을 내세워 뻔한 결말로 이끄는 비극적인 로맨스다. 하지만 영화는 ‘러브 스토리’나 ‘라스트 콘서트’ 등 관객들에게 익숙한 이런 장르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ing’는 무거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발랄하며 경쾌하다. 결과는 예상외로 생산적이다. 어쩔 수 없이 진부한 비극적 결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쓸데없는 감상으로 관객들의 목을 죄지는 않는다.
러브 스토리로서 ‘…ing’는 평범하다. 이건 개선될 수 있었던 단점이기도 하고 시작부터 안고 있었던 한계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민아와 영재의 로맨스로 위장하고 있지만 여기서 정말로 중요한 이야기는 민아와 엄마 미숙의 이야기다. 비교적 도구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로 묘사된 영재와는 달리 이 모녀의 관계는 절절하고 상당히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 영화에서 정말로 어느 정도 자신의 가능성을 활용한 배우 역시, 남자 주인공 영재 역의 김래원이 아니라 민아 역의 임수정과 미숙 역의 이미숙이다.
‘…ing’는 시작부터 전형적인 장르 영화이고 시작부터 어쩔 수 없이 그 굴레 안에 발목이 잡혀 있다. 어떻든 쿨한 분위기로 영화를 끌고 가려는 시도 역시 이야기의 전형성을 극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 통속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ing’는 여전히 그럴싸하게 자기 역할을 하는 멜로드라마다. 아마 결말이 예상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의 진짜 힘은 우리가 ‘통속적’이라고 놀려대는 그 상황이 갖고 있는 강한 정서적 기반에 있기 때문이다.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주간동아 412호)
◇ Tips - 임수정
1980년생인 그는 이 영화에서 고3 수험생으로 나온다. 교복과 단정한 커트 머리가 잘 어울리는 임수정은 잡지사가 주최한 모델콘테스트를 통해 연예계와 인연을 맺었고 드라마 ‘학교4’, 영화 ‘장화, 홍련’ ‘피아노 치는 대통령’ 등에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