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부 똑게…. 무슨 말인가? 리더십에 관한 우스개이다.
멍청한 리더가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을 멍부, 똑똑한 리더가 게으른 것을 똑게라 한다. 흔히 조직을 움직이는 리더 가운데 멍부가 최악, 똑게가 최선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누구를 멍부라 부르기도 한다.
여러가지 유형의 리더십 가운데 서번트(servant) 리더십은 뭔가? ‘서번트’가 ‘하인, 종, 공복’ 등을 뜻하므로 하인이 리더가 된다는 말인가? 그게 아니다. 리더가 하인처럼 된다는 뜻이다. 조직원들을 위해 몸을 낮추고 그들을 돕는 리더인 셈이다.
과거 상식으로는 리더라면 나폴레옹처럼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영웅형이 표준 인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성공한 조직의 리더들을 분석한 결과 서번트 리더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서번트 리더십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경영 컨설턴트인 알렉산더 버라디가 지은 ‘서번트 리더의 조건’은 지혜로운 리더들에 대한 이야기 모음이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대머리에게 빗을 권하지 마라(Never Offer Your Comb to a Bald Man!)’이다. 자신이 머리 모양을 단정히 하기 위해 빗이 필요하다 해서 무의식 중에 상대에게도 빗을 권하지만 그 상대가 만약 대머리라면? 서번트 리더십은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대머리에게 모자를 권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서번트 리더의 자세라고 이 책은 밝힌다.
저자가 줄곧 강조하는 개념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하라’는 것. 1회용 반창고, 전자레인지, 지퍼, 인터넷 검색 엔진 등 꼭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낸 사람들의 성공사례가 소개돼 있다. 이런 물건을 발명한 사람은 한결같이 봉사정신과 통찰력을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집안일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다치는 부인을 위해 고민하던 남편이 1회용 반창고를 만들었다.
이 책도 여느 성공학 서적처럼 조직에서나 인생에서 성공하는 방법과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책과 구별되는 것은 죽기 살기로 남과 경쟁해서 이기는 방법 대신 ‘경쟁하지 마라, 창조하라’는 등의 잠언(箴言)을 역설한다. 그런 잠언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가르쳐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하루 14분간의 짬을 내 일기를 쓰라고 조언한다. 일기 쓰는 노하우를 세세히 적어놓았다.
이 책 내용대로 실행하는 사람이 많으면 그 조직이나 사회의 행복지수는 높아질 것이다. 남을 위한 좋은 물건과 서비스가 많이 창조될 테니 말이다. 기업, 학교, 군대 등 다양한 조직에 몸담은 조직원들은 이 책을 읽으면 싱싱한 업무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서번트 리더를 직장 상사로 둔 부하들은 일할 보람을 느낄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사람은 정치인이 아닐까. 국민이 뭘 바라는지를 깨달아 그에 맞게 정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론 ‘똑게’보다 서번트 리더가 최선의 리더로 인식되어야 할 때다.
고승철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