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사다리의 '아인슈타인의 이상한 나라'는 빛과 시간 등을 의인화해 상대성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과학 뮤지컬이다. -사진제공 극단 사다리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과학 연극’이라고 하면, 무대에 설치된 실험대 위 플라스크에서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장면을 연상하기 쉽다. 과학 실험을 통해 어린이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것도 좋지만, ‘과학적 상상력’을 키워주는 일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극단 사다리가 12월 19일부터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 브로드홀에서 공연하는 ‘아인슈타인의 이상한 나라’는 이 같은 기획 취지에서 출발한 색다른 어린이 과학 뮤지컬이다.
● 가르치기보다 이해시키자
이 연극에는 실험이 아닌, 캐릭터들의 몸동작을 통해 주제를 전달한다. 주제는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
작품의 무대는 아인슈타인 박사의 연구실. 이곳에 빛(비출래)과 시간(초초), 길이(길기리), 블랙홀(구멍)을 의인화한 캐릭터들이 모여든다. 각 캐릭터들은 독특한 의상으로 자신의 특성을 보여준다.
쉽지 않은 이론이지만 설명은 단순 명쾌하다. 예를 들어 빛과 시간의 달리기 경기에서 빛이 빨라질수록 시간은 느려진다. 이런 장면을 통해 어린이들은 재미를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당장 이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훗날 극의 내용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연극은 성공이다. 극본을 쓰고 연출한 임도완씨는 “실험이나 화려한 영상을 보여주는 ‘깜짝쇼’가 아니라 실제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과학을 이해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 재미? 재미!
이 뮤지컬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재미’다. 무엇보다 어린이가 쉽게 연극에 빠져들어야 교육적 효과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등장 캐릭터마다 다른 종류의 음악을 결합해 재미를 더한다. ‘초초’가 등장할 때는 힙합이, ‘구멍’이 등장할 때는 룸바가 나온다. 연극과 동영상을 결합한 점도 특징. ‘비출래’의 속도가 빨라지면 ‘길기리’의 몸이 줄어드는 장면 등은 동영상으로 처리해 재미와 교육의 효과를 높였다.
‘빛의 나라’에서는 무대 조명이 비출래의 신호에 의해 움직이고, 길이의 나라에서는 길기리가 끈으로 갖가지 도형을 만들어내는 등 아이디어가 넘친다.
공연 기간 중 극장 로비에는 ‘내 친구 아인슈타인’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도 열린다.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아인슈타인의 다양한 모습을 친근한 캐릭터로 표현한 전시회다.
아울러 이상욱 교수(한양대·철학)의 ‘아인슈타인과 창조성’, 정재승 교수(고려대·물리학)의 ‘영화배우 아인슈타인’ 등 전문가들의 강연회가 공연 기간 중 4차례 열린다.
김재구, 곽다경, 이상일, 고광훈, 고재석 출연. 2004년 1월 18일까지. 화∼금 2시 4시, 토 일 1시 3시. 1만5000원. 공연 및 강연회 문의 02-382-5477, www.sadari.org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