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3년 만에 무대에 함께 선 강원래(왼쪽)와 구준엽. -사진제공 m.net
“이젠 후회해도 너무 늦은 걸까(강원래)/ 그래 다시 동생에게 돌아 가야해(구준엽)/ 서울역으로 가던 길에 쇼윈도 안에(강)/ 너무나 예쁜 파아란 구두를 보았어/ 들뜬 마음에 밖에 나와 보니/ 떠나오던 그날같이 비가 내렸지(구)….”
27일 밤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2003 m.net 뮤직비디오 페스티벌’의 2부 마지막 순서. 그룹 ‘클론’의 멤버 구준엽이 솔로데뷔 공연을 하는 무대였다. 갑자기 객석에서 환호성이 일고 관객들이 하나둘씩 일어서더니 모두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2000년 11월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무대를 떠났던 강원래가 휠체어를 타고 무대 위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등장한 강원래는 ‘오빠생각’이란 노래의 랩 부분을 구준엽과 번갈아 열창했다. 후배 댄스가수인 ‘비’는 강원래를 대신해 구준엽과 함께 파워댄스를 선보였다.
노래를 마친 뒤 두 사람이 퇴장할 때까지 이날 행사에 참석한 후배가수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교통사고로 폐를 다치고 하반신이 마비됐던 강원래는 사고 당시 춤은 물론이고 노래도 부르기 힘들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날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게 랩을 소화해냈다. 강원래가 무대에 복귀하기 위해 그동안 집에서 홀로 소리를 질러가며 피나는 폐활량 강화훈련을 해온 덕분이었다.
‘클론’이 함께 무대에서 노래한 것은 3년 만이다. 그동안 구준엽은 친구가 괴로워할까봐 무대에 서지 않았다.
의류사업에 손대보기도 했지만 술로 지새며 방황한 날들이 더 많았다. 그러나 10월 강원래의 결혼식을 계기로 두 사람은 각기 새 출발을 한 뒤 기회가 닿는 대로 다시 뭉쳐 활동할 것을 다짐했다. 구준엽은 최근 솔로 앨범 ‘도피’를 발표하고 23일부터 본격적인 방송활동을 시작했으며, 강원래는 지난달 말부터 KBS 라디오 DJ로 활동 중이다.
구준엽은 “이번 솔로 앨범은 내년 여름 강원래와 함께 ‘클론’으로 복귀하기 위한 기반 닦기”라고 강조했다. 역경을 딛고 새 출발하는 두 사나이의 모습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한국사회에 ‘재기의 희망’을 던져주는 듯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