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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대우종합기계 매각방식 논란

입력 | 2003-11-30 17:37:00


‘은행에서 통신,이제는 방위산업 업체까지?’

최근 국내기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수합병(M&A) 시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한 국내 중견업체에 대한 인수 경쟁이 방산(防産)기술 유출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관심의 대상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간 대우종합기계. 중공업과 건설장비 외에 국내에선 유일하게 장갑차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12월 중에 구체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회사는 대우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마쳤다. 또 M&A 시장에 나온 ‘물건’ 중 우량회사로 꼽히면서 국내외에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매각방식이 사업분야별 매각이냐, 아니면 일괄 매각이냐에 따라 입찰 참가업체의 이해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우선 일괄 매각될 경우 자금력 등이 우수한 외국계 회사가 유리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M&A 경쟁에 나선 국내 기업들은 “아무리 공적자금 회수가 중요하지만 방산 부문까지 외국에 넘기면 국가 손실”이라는 논리를 펴며 대응하고 있다.

▽인수전(戰) 어디까지 왔나=대우종합기계는 건설 중장비 등 민간 부문이 80%, 방산 부문이 20%로 구성돼 있다. 2001년 11월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이 회사는 국내 및 중국 사업장의 매출 증가에 힘입어 올해 들어 10월까지 1조8970억원의 매출에 197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최대주주는 35.96%를 보유한 한국 자산관리공사.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로템과 통일중공업을 인수했던 삼영, 현대중공업 등은 방산 분야 인수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외국계 투자펀드인 칼라일 그룹의 방산업체 UDLP도 M&A 공개 입찰을 준비 중이다. 또 팬택앤큐리텔의 박병엽 부회장도 분리 매각시 건설중장비 분야를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매각 방식이 일괄 매각이냐, 분할 매각이냐에 따라 국내외 업체간에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린다.

일괄 매각으로 결정될 경우 아무래도 외국업체가 훨씬 유리하다고 국내 기업들은 주장한다. 실제로 자산관리공사와 산업은행이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많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일괄 매각 쪽으로 기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외국 기업이 방산 관련업체를 인수할 경우 ‘국방부의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등의 법적 제한은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과의 컨소시엄 형태 등으로 들어온다면 M&A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치열한 신경전=최근 국내 업체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투자와 경영권 인수 시도는 다양한 업종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자본 국적(國籍)’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미 SK㈜와 하나로통신,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외국계 펀드에 넘어가거나 M&A 대상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국가 이익과 관련된 ‘보호 논리’는 점차 힘을 잃어가는 추세다.

대우종합기계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또 다른 찬반 논란을 낳고 있다. 방산업체의 특성상 ‘국가 안보’ 측면까지 가세하기 때문이다.

‘안보적 고려’에 대해서는 시장 논리에 어긋나는 반(反) 자본주의적 발상이라는 의견이 있다.

한화증권 홍춘욱(洪椿旭)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M&A는 성황리에 진행되는 사업이며 세계화 과정에서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로 공적자금이 많이 회수되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라는 것.

조선 중공업 분야의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첨단 무기의 상당수는 어차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방산 물품의 가격 통제만 가능하다면 외국계 자본이 들어와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대론도 만만찮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칼라일그룹은 돈이 되면 무엇이든지 손대는 ‘하이에나’의 성격을 지닌 펀드”라며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업을 절대로 넘겨서는 안 될 것”이라며 경계했다.

국방부도 일괄 매각에는 부정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방산업체를 외국기업에 넘겨주면 기술적으로 종속될 수 있고 정부가 앞으로 방산물자 등을 구매할 때도 가격 협상 여지가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현재 흐름을 종합할 때 만약 분할 매각으로 결정되면 최소한 방산 부문은 외국기업에 넘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구체적 매각절차에 앞선 매각방식 결정은 이르면 이번 주 나올 예정이다. 대우종합기계의 앞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이번 결정에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