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은 잘만 하면 그 자체가 훌륭한 질병 치료제가 된다. 온도를 재면서 욕조에 물을 채워 넣자.
중풍 후유증을 앓고 있다면 39도 정도의 물에 한약재 희렴초(희Q草) 40g, 상지(桑枝) 40g을 천주머니에 넣어 미리 10분간 우려낸다. 20분간 전신을 담그는 목욕을 매일 하면 막힌 경락을 뚫어주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치료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비만에 좋은 목욕법도 있다. 먼저 한약재 향유(香R) 20g, 자소엽(紫蘇葉) 15g, 택란(澤蘭) 15g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우려낸다. 이때 물의 온도는 42도 정도가 좋다. 이른바 열탕이다.
하반신만 30분 이상 담그면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신진대사와 피하지방의 분해를 촉진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양 손을 물에 잠기게 하면 안 된다는 것. 손이 물에 잠기면 기와 혈의 흐름이 분산돼 땀도 덜 나고 목욕 효과도 적다.
종아리나 허벅지에 정맥 혈관이 불거지는 하지정맥류란 병이 있다. 발만 담그는 족탕이 좋다. 홍화(紅花) 10g, 위령선(威靈仙) 10g, 총백(蔥白·파 밑의 흰 부분) 1개를 39도 이상의 물이 담긴 대야에 넣고 매일 10분씩 발을 담근다. 이렇게 하면 순간적으로 많은 양의 혈액을 돌게 해 정맥 혈관이 뚫린다. 이 족탕은 발가락 동상에도 효과가 좋다.
사실 이런 질병이 아니더라도 겨울철 목욕은 피로 해소에 더 없이 좋은 보약이다. 그러나 자신의 몸이 받지 않는 목욕은 피해야 한다.
가령 심한 운동을 하고 난 뒤 뜨거운 열욕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좋지 않다. 이미 운동을 통해 혈액이 과도하게 순환되는 상태인데 뜨거운 기운이 순환속도를 가속화시켜 몸을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때는 39도 이하의 목욕이 좋다.
본 칼럼에서 소개한 약재들은 한약재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차가운 바람이 불기 전에 시장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김재두 고려당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