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소년축구가 강적 독일을 물리치고 20년 만의 4강 신화 재현에 시동을 걸었다. 이호진의 선제 결승골에 이어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을 터뜨린 이종민(가운데)이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민의 골에 어시스트를 한 김진규. 아부다비=연합
“월드컵의 영광이 다시 한 번 보인다.”
2003세계청소년(20세 이하)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대표팀이 30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전차 군단’ 독일을 2-0으로 완파한 승전보를 띄웠다.
83년 멕시코대회에서 ‘박종환 사단’이 이뤘던 4강 신화를 다시 이루려는 ‘리틀 태극전사들’은 예선 첫 경기에서 F조 최강 독일을 무너뜨려 2002월드컵 준결승에서 ‘형님팀’이 당했던 패배를 대신 설욕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한국은 3일 파라과이와 예선 2차전을 갖는다.
●승리의 주역 ‘좌 호진, 우 종민’
골은 스트라이커의 몫이 아니었다. 공수를 부지런히 오가던 미드필드진의 왼쪽 날개 이호진(20·성균관대)과 오른쪽 날개 이종민(20·수원 삼성)이 선제골과 쐐기골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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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날개 이호진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에 투지가 좋아 대표팀의 ‘싸움닭’으로 불린다. 이호진은 후반 6분 볼이 상대 수비수의 머리를 맞고 골문 쪽으로 흐르자 바람처럼 파고들며 결승골을 터뜨렸다.
추가골의 주인공 이종민은 ‘부동의 오른쪽 날개’. 그는 후반 25분 김진규의 어시스트를 받아 여유 있게 골을 뽑아냈다. 100m를 11초8에 주파하는 준족.
●전술의 승리
한국은 포백 수비라인을 최대한 뒤로 물려 독일 공격수들에게 배후 공간을 내주지 않고 순간적인 역습을 시도했다.
독일은 힘이 좋은 공격수들을 앞세워 전반 초반 한국 문전을 파고들며 2, 3차례 위협적인 센터링과 슈팅을 날렸으나 한국의 두꺼운 수비벽에 막혔다. 이후 독일은 공격이 먹히지 않자 허둥대다 무너졌다.
차범근 MBC 해설위원은 “먼저 수비벽을 두껍게 쌓아 선제 실점을 내주지 않겠다는 박성화 감독의 전략이 들어맞았다 독일은 주전 7명이 빠져 전술적인 짜임새를 가다듬는 데 실패했다. 박 감독이 이 같은 약점을 기막히게 이용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볼 점유율은 31%에 불과했지만 독일의 실책을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해 ‘대어’를 낚아냈다. 독일 축구전문지 ‘키카’의 미하엘 파이퍼 기자도 “한국 조직력의 승리였다”고 분석했다.
●UAE에 부는 ‘월드컵의 추억’
한국-독일전이 열린 알 나얀 스타디움엔 UAE 교민 500여명이 ‘붉은 악마’ 옷차림에 징과 꽹과리를 치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이들은 한국에서 간 붉은악마 유영운 임형준 이성민씨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한 응원을 펼쳤다. 이에 UAE 축구팬들도 “대∼한민국”을 외치며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변 또 이변
일본도 유럽의 강호 잉글랜드를 격파하며 한국과 함께 이번 대회 돌풍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일본은 이날 두바이에서 열린 조별리그 D조 첫 경기에서 사카타 다이스케의 결승골로 강호 잉글랜드를 1-0으로 눌렀다. E조 경기에선 아프리카의 소국 코트디부아르가 멕시코를 2-1로 누르며 돌풍을 예고했다.
아부다비=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