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제석학으로 꼽히는 미국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가 강연 등을 위해 최근 방한했습니다. 본보는 실러 교수가 방한하기 직전 두 차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본보 11월 25일자 경제섹션에 전면기획으로 게재했습니다. 그는 방한 기간 중에 여러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갖기도 했죠.
실러 교수는 미국 주식시장이 ‘방방 뜨던’ 2000년 3월에 ‘이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란 저서를 출간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미국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고 경고했고 뒤에 이 ‘예측’이 맞아떨어짐으로써 특히 유명해졌습니다.
그는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당시 미국의 주가가 ‘지속될 수 없는 수준’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활황이 시작되기 직전인 1995년까지 미국 증시의 평균 PER는 15인데, ‘이상 과열’이 출간될 때의 PER는 46이었습니다. 현재 미국의 대표적 주가 인덱스인 S&P 500 소속기업의 PER는 26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실러 교수가 졸지에 스타덤에 오른 것은 아닙니다.
그는 96년부터 일관되게 미 증시가 지나치게 뜨겁다고 강조했습니다. 96년 12월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나가 같은 견해를 피력한 적도 있지요.
그로부터 일주일 후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도 미국기업연구소(AEI) 초청 강연에서 주식투자자의 행위를 ‘이상 과열’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인터넷 발달에 의해 ‘신경제’가 도래했다는 믿음을 대중에게 불어 넣었다는 이유로 2000년 이후 혹독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아시죠? 그린스펀 의장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발언을 동시에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실러 교수는 1996∼2000년의 주식시장 붐은 역사적으로 볼 때 아주 이례적이었다고 강조합니다. 인류가 ‘신경제’ 시대에 살고 있다고 대중들이 믿었을 뿐 아니라 일부 전문가도 ‘신경제 이론’을 통해 이런 믿음을 뒷받침했다는 것이지요.
‘근거 없는 믿음이 이론에 의해 뒷받침될 때 대중은 혹독한 자산가격의 하락을 경험한다’ ‘언제나 투자를 다변화시키고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실러 교수의 이런 조언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