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부처에 ‘여성 파워’가 드세다.
특히 올해에는 여성 공무원의 ‘기피 부처’로 꼽히는 기획예산처와 국세청에 여성 수습사무관이 잇따라 지원해 화제다. 여성 수습사무관이 배치된 것은 예산처나 국세청 모두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일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46회 행정고시 출신 수습사무관 배치 과정에서 재경직 13명이 본인의 희망에 따라 국세청에 배치됐다. 이 가운데 여성은 전지현(全芝鉉·29)씨와 전애진(全愛眞·26)씨로 1966년 국세청 개청 이후 최초의 여성 수습사무관이다.
그동안 국세청은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와 노동 강도가 높다는 이유로 행시 출신 여성 공무원의 ‘외면’을 받아왔다.
전애진씨는 “국세청 업무는 전국 단위의 일인 데다 실물 경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다”며 “최고의 조세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지현씨도 “여성의 꼼꼼함과 섬세함을 살린다면 공정한 과세를 통해 나라 살림에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지원동기를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주부터 국세청에서 수습사무관직을 시작해 내년 4월 수습과정을 마친 뒤 국세청 본청과 지방청, 일선 세무서 등에 정식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이용섭(李庸燮) 국세청장은 “실력 있는 여성사무관이 국세청에 들어와 환영한다”며 “이들이 국세공무원으로 성장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예산처에도 행정고시 일반행정직 ‘우등생’인 두 여성 수습사무관이 최근 배치됐다.
주인공은 일반행정직에서 수석과 차석으로 각각 합격한 김정애(金貞愛·26)씨와 박정민(朴貞玟·25)씨. 행시 재경직 남성 동기 9명과 함께 지난달 25일 예산처에 ‘입성(入城)’했다.
여성 사무관이 다른 부처에서 전출 오는 사례는 가끔 있었으나 행시에 합격한 뒤 첫 임용지로 예산처를 선택한 것은 옛 경제기획원(1961년 출범)을 포함해 처음 있는 일이다.
예산처는 업무가 복잡하고 어려운 데다 예산편성 시기에는 수시로 야근을 해야 하는 등 체력적으로도 힘든 부서여서 여성 공무원들로부터 대표적인 비(非)인기 부처로 꼽혀 왔다.
김, 박 두 사무관은 “국정 전반에 관련한 업무를 폭넓게 배우고 싶어서 예산처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