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내수 경기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올 11월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28억5700만달러로 4년11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내수경기의 주요 지표인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개월 연속 떨어졌다. 또 그동안 ‘내수 부진, 수출 증가’를 보였던 자동차 판매는 11월 들어 내수와 수출 모두 전달보다 감소했고 일부 업체는 일시적인 조업중단에 들어갔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들어 내수경기 침체를 수출 호조로 메워오던 국내 경제 구조가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월 수출 22.5% 증가=1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11월 수출입실적’(통관기준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2.5% 늘어난 186억1700만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수입은 작년 11월보다 12.6% 증가한 157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11월의 무역수지 흑자액 28억5700만달러는 월간 기준으로 1998년 12월의 37억7000만달러 이후 최고치였다. 또 올 9월부터 3개월 연속 20억달러를 웃도는 흑자를 보였다.
올 1∼11월 누적 무역흑자액은 134억52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37.6%(36억8200만달러) 증가했다.
이승훈 산자부 무역정책심의관은 “11월에 원-달러, 원-엔 등 환율이 오른 데다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호조를 보여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내수는 여전히 꽁꽁=11월의 백화점업계 매출은 올 2월부터 10개월 연속 떨어졌다.
롯데백화점은 11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5.4%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 또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각각 4.5%와 3.6% 줄어들었다.
매출 감소 폭은 10월보다 다소 줄었으나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전반적 시각이다. 11월 28∼30일 3일간 겨울 세일마저 실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매출 감소는 통계치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
이선대 롯데백화점 과장은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면 신사 정장과 명품의 매출이 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소비심리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의 사정도 심각하다.
르노삼성차는 “1일 현재 재고는 1만3000여대로 적정선을 훨씬 넘어섰다”며 “지난달 28일 오후부터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중단하고 있으며 4일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 기아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차 등 5개 자동차회사의 11월 판매대수는 내수 9만8583대, 수출 26만5678대로 전월보다 각각 7.6%와 11.4% 줄었다. 특히 그동안 내수부진 속에서도 호조를 보여 온 수출마저 한 달 전과 비교할 때 감소세로 돌아서 눈길을 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수출 호조가 투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가계 부채 등을 감안할 때 소비 심리가 쉽게 회복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