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방은 따뜻합니까. 불편한 건 없고요.”
지난달 30일 인천 남구 관교동 성지아파트의 부녀회원들이 노인정을 찾았다. 부녀회원들은 매주 3, 4회 노인정을 찾아 노인들의 말벗이 된다. 노인들이 작은 것이라도 불편하다고 하면 긴급회의를 열어 해결 방안을 마련한다.
“동네 노인들을 잘 모시는 것을 보면서 자식들도 배우겠죠. 월례회 때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눠 먹다보면 이웃간 정(情)도 깊어져요.”
윤영순 부녀회장(57)은 특히 동네 노인들을 잘 모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1년 7월 입주한 이 아파트 단지(420가구)는 부녀회의 활발한 활동에 힘입어 효(孝) 정신이 넘쳐난다. 103동에 사는 관교동 새마을부녀회 석윤자 회장(42) 등도 이웃사랑 실천에 힘을 더하고 있다.
부녀회원들은 매 분기마다 인천지역 한 보육시설을 방문한다. 준비한 음식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물론 빨래와 청소 등 궂은일을 한다.
관교동에서 혼자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결손가정 등은 이 아파트 부녀회원들의 얼굴을 모두 알 정도로 부녀회의 손길은 곳곳에 미치고 있다. 부녀회원들은 이들 가정을 정기적으로 찾아 김치를 담가주고 있다.
5월 아파트 단지에서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를 열어 얻은 수익금은 전액 불우이웃(15가구)의 난방비로 지원되고 있다.
부녀회는 2001년 2월부터 2년 동안 쓰레기 재활용, 광고, 일일장터 유치 등을 통해 모은 돈으로 낡은 아파트 출입문 15개와 우편함 420개를 교체했다.
이 아파트는 이웃에 대한 배려 또한 남다르다. 엘리베이터 등 어디에서도 음식물 냄새를 맡을 수 없다.
모든 주민이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생각에서 남은 음식물을 냄새가 나지 않게 처리하기 때문이다.
또 소음을 줄이기 위해 에어컨 실외기도 창 밖이 아닌 베란다에 설치했다.
아파트 내 교통사고를 줄이고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단지 내 통행방법이 모두 일방통행으로 바뀌었다.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놀이터 한 곳을 인라인스케이트장(682m²)으로 조성한 뒤 오후 10시 이후에는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단지 인근에는 승학초등학교 등 6개 초중고교가 있으며 아파트 건너편에는 중앙공원과 어린이공원이 있다.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터미널역, 인천종합터미널, 신세계 인천점, 롯데 인천점 등도 가깝다.
입주자대표회의 정해민(丁海民·56) 회장은 “이웃과의 화합을 위해 주변 아파트와 협의해 담장을 허문 뒤 그 자리에 장미 등을 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