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3당의 공조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법안이 국회에서 재의(再議)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일주일째 공전 중인 국회가 정상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야 3당 공조=노 대통령의 특검 거부와 한나라당의 등원 거부에 따라 극한 상태로 치달았던 정국은 1일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와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원내총무가 6일째 단식 중인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를 방문하면서 급속히 풀려가는 분위기다.
조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경 최 대표를 방문해 “재의에 실패하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특검법안을 통과시켰던 국회의 일관성에 문제가 생긴다.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2일 의원총회를 열고 재의 찬성입장을 공식 당론으로 확정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이날 아침 최 대표를 방문한 자민련 김학원 총무도 “(자민련 의원 10명) 전원이 재의에 참석해 특검법안에 찬성하기로 당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민주당과 자민련이 재의에 나서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이라크에서의 한국인 피살에 따른 파병문제와 내년 예산안 등 산적한 현안에 국회가 손을 놓고 있다는 비난 여론 때문.
특히 자민련은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앞장서서 재의 찬성 당론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 대표와 김 총무는 최 대표와의 회동을 전후해 각각 시종 밝은 웃음을 보이며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주말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의 사전 조율 작업에 따라 각당간 사전 물밑작업이 충분히 이뤄져 이런 분위기 조성이 가능했다는 게 한나라당 내의 분석이다.
▽4당 원내총무 회담=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이 이날 주재한 4당 원내총무 회담 및 원내 대표회담에서 특검법안 처리 일정을 놓고 박 의장과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간에 한때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의장이 ‘특검법안의 3일 본회의 직권상정’ 방침을 언급하자 홍 총무는 “그러면 4당 총무를 왜 불렀느냐. 그냥 (직권상정 계획을) 발표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그러나 박 의장은 이날 오후 최 대표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2일 총무들간에 합의가 된다면 국회 개회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고, 홍 총무도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2일 당 운영위원회의와 시도지부장 오찬 회동에서 다른 당의 입장을 설명하겠다”며 재의를 위한 당론 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오후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전 대표와 함승희(咸承熙) 의원이 최 대표를 방문해 ‘대화를 통한 국회 정상화’를 당부했다.
최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대학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의 의사 등에게서 ‘혈당 수치가 높고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주요 방문객 외에는 직접 면담을 사절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