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트콤드라마 시청자 모임인 코리아닷컴의 프렌즈 동호회. 현재 4팀의 자막번역팀이 활동하고 있다. 권혜진기자
인터넷에서 수없이 유통되는 인터넷 동영상들. 이들 동영상의 한글 자막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영화 대사를 번역하려면 어학 실력도 만만치 않을 터. 인터넷의 내로라하는 자막번역 동호회를 찾아 그들의 얘기를 들어 봤다.
캡션월드(captionworld.net)의 대표 B씨(33)는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이다. A씨가 자막 번역을 시작한 것은 98년 무렵. 영화를 좋아해 그냥 취미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12명의 자막팀을 이끄는 ‘대장’이 됐다. A씨가 보통 영화 한 편 번역하는 데 들이는 시간은 28시간 정도. 직장일도 바쁠 텐데 이처럼 시간을 쪼개 무료로 자막번역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의 봉사 수준이죠. 그래도 자막을 본 사람들에게서 감사 메일을 받는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캡션월드에선 한국 영화의 영어 자막도 제작하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외국에서 한국 영화의 인기가 높기 때문이죠. 한국 영화를 외국에 소개하는 데도 일조한다고 생각해요.”
자막팀은 보통 3, 4명이 번역 자막입력 싱크(대사와 자막을 맞추는 것) 담당으로 일을 나눠 작업한다.
하비자막동호회(havy.wo.to)의 대표 안나(ID)씨는 자막팀 활동의 매력을 이렇게 말한다.
“자막 작업을 하면 똑같은 장면을 여러 번 다시 보게 됩니다. 그러면 영화 속 ‘옥에 티’나 감독이 복선으로 깔아 놓은 장치를 발견하는 경우도 많아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보물을 놓칠 리가 없죠.”
코리아닷컴의 프렌즈동호회(club.korea.com/friends)는 미국의 시트콤 드라마인 ‘프렌즈’ 시청자 모임. 회원 7만여명 가운데 자막팀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모두 12명이다.
권혜진기자 hj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