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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정미경/中경제 경착륙 대비해야

입력 | 2003-12-02 17:59:00


1일 홍콩 H주식이 4000포인트를 넘어서며 사상최고치로 뛰어올랐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30개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H주식은 중국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 올 5월 H주식이 고점(高點)을 돌파한 1주일 뒤부터 한국 증시에도 본격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점으로 볼 때 ‘조만간 종합주가지수도 강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H주식의 사상최고치 경신을 바라보는 국내 증권가의 대체적 시각은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의 경기하강 쪽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연말을 맞아 증권사들이 내놓고 있는 내년 증시전망 보고서에는 중국의 경기 과열과 이에 따른 국내경제의 ‘중국 효과’ 감소에 대한 분석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 가능성은 올 하반기부터 중국 정부가 잇따라 긴축정책을 내놓으면서 비롯됐다. 중국 인민은행은 6월 시중은행들에 일부 호황 산업에 대한 대출을 자제하도록 권고한 데 이어 8월에는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6%에서 7%로 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의 이정호(李政昊) 투자전략실장은 “지준율 인상은 중국 경제 기조를 바꿀 수 있는 일대 ‘사건’에 해당된다”면서 “이제 국내 증시 참여자들도 미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에서 벗어나서 중국의 경기 급랭(急冷) 가능성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에 좀 더 회의적이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조너선 앤더슨 UBS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방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1년 후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내년 후반기부터 중국은 수입을 줄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앤디 쉐 모건스탠리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내년 수출과 투자가 꺾이면서 중국경제가 급격히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매년 8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중국이 쉽사리 고성장 기조를 포기할 수 없다는 낙관론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자동차, 휴대전화, 철강 등 한국의 주요 대중(對中) 수출품목들을 중국 정부가 ‘과열 종목’으로 지정했다는 점은 앞으로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우리로서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