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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한국인 피살]“시신 도대체 어디 있는지도 몰라”

입력 | 2003-12-02 18:44:00

이라크에서 피살된 김만수씨의 딸 영진양이 “이번 일에 관심도 없는 외교부 필요없다”며 2일 대전 서구 삼천동 집으로 배달된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 명의의 조화를 부수고 있다. -대전=연합


“도대체 아빠가 돌아가신 건가요? 그렇다면 시신이라도 빨리 볼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녜요?”

이라크 티크리트에서 사망한 김만수씨(46·대전 서구 삼천동)의 딸 영진양(18·고3)은 사건 발생 사흘째인 2일 외교통상부나 회사로부터 아버지에 대한 아무런 소식이 없자 또다시 울분을 터뜨렸다. 영진양은 이날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발표일인데도 학교에 가지 못한 채 담임교사를 통해 성적만 확인한 뒤 “우리를 대학에 보내겠다고 아빠가 그 지경이 됐는데…”라며 울먹였다.

영진양은 이날 배달된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 명의의 조화를 부수기도 했다.

김씨의 아내 김태연씨(43)는 “서울에 분향소가 마련됐다는 소식을 회사로부터 들었으나 시신도 없는 분향소에 간들 무엇하느냐”며 한숨만 내쉬었다. 김씨는 또 “궁금할 때는 전화 한 통 없던 정부가 오늘에서야 조화만 덩그러니 보내왔다”며 “싸늘하게 식은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 사망한 대전 유성구 방동 곽경해씨(60) 집에서 이틀째 밤을 새운 곽씨 친척들도 “정부 관계자가 전화 한 번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며 “사고경위, 시신운구 계획 등을 언론을 통해 전해들을 뿐”이라며 답답해했다.

곽씨의 큰아들 민호씨(33·충남 서산교육청)는 “답답해하는 유족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만이라도 그때그때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상한 이상원씨(41)의 아내 문옥경씨(37·대전 대덕구 신탄진동)는 “남편 말고도 함께 이라크로 떠난 사람들의 가족이 얼마나 불안해하겠느냐”며 “정부가 나서 빨리 귀국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안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만수씨 동생 한철씨는 “오무전기, 곽경해씨 가족과 상의 끝에 3일 대전에 빈소를 설치, 영정을 모시기로 했다”고 밝혔다. 빈소는 대전 중구 중촌동 ‘평화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