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애 때문에 가정이 망가졌다.’
9·11테러 때 사망한 동료의 부인을 보살펴주다가 정이 들어 가정을 버리는 뉴욕 소방관이 최소 1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관 게리 쾨니히는 순직동료 존 버진의 부인 매들린 버진을 돌봐오다 가까워져 자신의 부인과 두 자녀 곁을 떠났다고 일간 뉴욕 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쾨니히씨의 부인 메리는 이 과정을 폭로하면서 “뉴욕 소방국은 상담전문가들의 보고를 받아 이런 일이 생길 것이란 점을 알았으면서도 그대로 둬 멀쩡한 가정이 깨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가정으로 돌아가라’는 상사의 말을 따르지 않은 쾨니히씨는 “사생활 문제”라면서 “가족을 떠난 것이 아니라 아내와 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동료가 순직하면 ‘연락당번’이 유가족들을 잘 챙겨주는 것이 뉴욕 소방관들의 100년 이상 된 전통. 그러나 9·11테러와 같이 소방관들의 엄청난 희생이 있을 경우에도 유가족들을 돌보는 일을 전문가가 아닌 동료 소방관들이 도맡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소방국 간부들은 진단하고 있다.
메리씨는 “유가족은 전문가가 돌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소방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 소방관에게 동료 가족까지 보살피는 일을 맡기지 못하도록 하는 ‘존 버진법’을 제정하라고 뉴욕주와 시 의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뉴욕 포스트는 전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