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이 최초로 한국인을 그린 작품으로 알려진 ‘한국인(Korean Man)’이 국내 처음 소개된다. ‘한국인’은 바로크 시대의 거장 루벤스(1577∼1640)가 그린 드로잉 작품으로 1617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은 17세기 남부 네덜란드 플랑드르 지방 대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루벤스-반 다이크 드로잉’전에 이 작품을 전시할 것이라고 2일 밝혔다. 전시는 19일∼2월 8일 열린다.
‘한국인’은 1983년 11월 29일 영국 런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드로잉 경매 사상 최고가인 32만4000파운드(약 6억6000만원)에 팔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금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게티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가로 23.5cm, 세로 38.4cm의 그림 속 주인공은 조선 시대 무관이 입던 공복(公服)차림으로 검정 분필로 윤곽을 그린 뒤 콧잔등 뺨 귀 등에 부분적으로 붉은 색 터치를 해 생동감을 느끼게 했다. 실크 옷에 은은하게 퍼지는 빛의 효과에 매료된 루벤스는 검정 분필의 부드러움과 종이의 순백을 이용해 희미하게 반짝이는 주인공의 의상을 표현했다.
루벤스는 이 드로잉을 회화를 위한 습작이 아니라 독립적인 완성작으로 제작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그가 그림 속 주인공과 어떤 경위로 접촉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번 전시에는 루벤스의 드로잉 12점을 비롯해 반 다이크 등 거장들의 작품 50여점도 함께 선보인다. 02-580-130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