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4일 일본에서 개막하는 제1회 동아시아연맹컵 축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한국 일본 중국의 사령탑은 지금 좌불안석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외국인 감독. 포르투갈 출신의 움베르토 쿠엘류(53)가 한국팀 사령탑이고 일본은 ‘브라질의 하얀 펠레’ 지코(50)가, 중국은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감독 출신인 아리에 한(55)이 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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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각자 취임 당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성적부진으로 모두 마음고생 중. 그렇다고 서로 위로할 처지도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상대를 꺾어야 하는 입장.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감독은 한국의 쿠엘류. ‘포르투갈의 베켄바우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취임이후 5승1무6패. 아시안컵 2차예선에서의 부진으로 퇴진 위기를 겪은 뒤 내년 7월 아시안컵 본선까지 임기를 보장받았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성적이 나쁘면 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감독 경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지난해 한일월드컵 이후 전격적으로 일본 감독을 맡은 지코도 4승5무6패로 곤궁한 처지. 지난달 19일 유럽파를 총동원해 치른 카메룬전마저 0-0 무승부를 기록하자 참고 참던 일본 팬들도 지코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올 5월 31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0-1로 진 터라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에 패하면 지코 감독의 앞날은 보장받기 어렵다.
한때 중국에 ‘한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아리에 한 감독도 연패 탈출이 급하다. 올 1월 부임이후 브라질전 무승부(0-0)에 이어 에스토니아(1-0승) 칠레전(0-0)까지 패배를 몰랐던 한 감독은 최근 아이티(3-4패)와 코스타리카(0-2패)에 연패를 당하며 풀이 죽었다.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중국팀의 전통적인 공한증이다.
동병상련에 처한 세 외국인 감독. 이제 먹지 않으면 먹혀야 하는 절박한 처지다. 과연 누가 살아남을까.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동아시아연맹컵?
동아시아연맹컵 축구선수권대회는 지난해 5월 ‘중동세’를 견제하기 위해 창립된 동아시아연맹(회장 오카노 순이치로) 주관으로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대회. 앞으로 2년마다 개최될 예정.
동아시아연맹에는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대만 괌 홍콩 마카오 몽골 등 9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원년 대회인 이번에는 1차 예선을 거친 홍콩과 시드 배정을 받은 한·중·일 등 4개국이 풀리그로 우승컵을 다툰다.
승점-골득실차-다득점-승자승의 순으로 순위를 가리며 상금은 우승 50만 달러, 준우승 30만 달러, 3위 20만 달러, 4위 15만 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