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전력대란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999년 말 일반상업용지에서 주상복합용지로 용도가 변경된 분당 백궁-정자지구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전력공급 요청이 크게 늘어났으나 이를 감당해야 할 정자변전소(용량 10만8000kW)의 설립이 주민 반대로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 등 서울 남부 지역의 전력 공급을 맡고 있는 한국전력 남서울전력관리처에 따르면 분당지역에서 내년에 새로 전력공급을 요청한 건물이 백궁-정자지구에서만 28곳에 달한다. 이들이 요청한 공급량은 모두 7만7750kW.
백궁 정자지구 입주 예정 아파트건축주가구수입주 예정일코오롱건설1692004년 4월에이치원개발18292004년 6월금수산업862004년 8월삼라건설742004년 8월효승주택2322004년 9월동양고속1122004년 9월한원랜드2122004년 10월한국토지신탁2592005년 1월자료:성남시
이는 2만6000여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으로 특정지역에서 이 같은 규모의 전력공급을 한꺼번에 요청하기는 처음이라고 한전측은 밝혔다.
한전은 당초 백궁-정자지구에서 4만8000kW 정도의 전력 요청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7월 분당의 야탑변전소에 변압기 한 대(용량 5만4000kW)를 임시로 설치했다.
그러나 백궁-정자지구의 실제 전력 요청량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이 지역은 물론 분당 전 지역의 전력 수급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전은 내년 분당의 시간당 최대 수요전력이 51만kW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전이 분당에 공급할 수 있는 최대 전력은 임시변압기까지 합해 54만kW에 불과하다.
한전은 통상 정전사고 등에 대비해 최대 전력의 75%만을 공급한다. 하지만 분당의 경우 최대 전력의 94%까지를 제공해야 하는 셈이어서 언제 정전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분당지역의 전력수요는 올해 이미 적정수준을 넘어섰다. 올해 시간당 최대 수요전력은 41만4000kW로 임시변압기 설치 이전에 최대 전력의 86%까지 공급했다.
이 때문에 6월 23일 전력 과부하로 9000가구에 전력 공급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전은 1996년 6월부터 분당 지역에 원활하게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변전소 설치를 추진해 왔다. 당초 분당구 금곡동에 변전소 부지를 마련했던 한전은 성남시가 주민 반대를 이유로 부지변경을 요청하자 백궁-정자지구 내 파크뷰 아파트 인근으로 부지를 옮겼다.
그러나 또 다시 파크뷰 입주 예정자들이 전자파 피해를 이유로 변전소 설립에 반대하고 성남시도 건축허가를 반려하는 바람에 제때 변전소를 설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 이에 한전은 성남시의 건축허가 반려를 취소해 달라는 심사청구를 9월 감사원에 냈다.
한전 관계자는 “분당 전 지역의 전력대란이 우려돼 일단 신규 전력 공급을 요청한 백궁-정자지구의 건물에 공급불가 통보를 했다”며 “당장 변전소를 짓는다 해도 최소 1년이 걸려 내년 여름이 최대 고비”라고 덧붙였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