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왼쪽)와 위성락 북미국장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일 대북정책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3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정부는 이번 협의에서 2차 6자회담을 조기에 개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합
‘연내 개최’가 거의 확실해 보이던 제2차 북핵 6자회담의 일정표가 갑자기 불투명해지는 분위기다. 2차 회담의 실질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전망이 설왕설래했지만 연내 개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고 최근엔 이달 17∼19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것이라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거론됐었다.
한국 미국 일본 3국이 4일부터 워싱턴에서 고위급 실무협의회를 갖기로 일정을 잡은 것도 연내 개최 가능성 때문이었다.
▽배경=워싱턴과 도쿄에서 ‘연내 개최 불투명’ 가능성이 급부상한 것은 중국 외교부의 푸잉(傅瑩) 아주국장이 1일 워싱턴에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와 만난 직후. 푸 국장은 이 자리에서 2차 회담에 대한 북한의 최종 입장을 전달했으나 미국의 요구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북한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약속한 서면 안전보장과 핵폐기 절차의 ‘동시 병행’을 거듭 요구한 반면 미국은 ‘핵 포기 증명’이 먼저임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은 회담 후 발표할 성명에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사찰과 모니터 시스템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여전히 근본적인 의견차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중국이 비공식 채널을 통해 제안한 공동성명안이 북한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된 사실을 알게 된 한미일 3국이 이를 거부한 것이 차기 회담 연기의 배경일지도 모른다는 관측을 3일 전했다.
북-미 양국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존 볼턴 미 국무부 차관의 2일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볼턴 차관은 이날 워싱턴의 한 회의에 참석해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안전보장은 북한의 핵 포기에 달렸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들은 대량살상무기 확산 저지와 압류를 위해 더 강력한 기술을 배치할 준비도 돼 있다”면서 “어떤 선택 방안도 테이블 위에서 치우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북한이 회담을 지연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면서 “회담 연기는 거부돼야 한다”고 말했다. 회담 지연의 책임이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해 두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은 회담의 연내 개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특히 7일로 예정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부시 대통령의 회담에서 모종의 돌파구가 열릴 경우 북한의 태도 변화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침묵=‘2차 6자회담이 12월 17∼19일 열린다’는 외신보도가 잇따랐지만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침묵의 배경으로 외교적 수단의 고갈을 꼽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폐연료봉 8000여개를 재처리하고 있다 △핵 억지력(핵무기)을 공개하겠다는 공세를 펴 왔지만 한미 양국은 “북측의 협상 전략일 뿐이다”며 평가절하했다.
미국이 ‘완전한 선(先) 핵폐기’를 요구하는 한 ‘선 안전보장’을 주장하는 것 이외엔 북한이 꺼내들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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