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의 눈이 4일 특검법안 재의(再議) 표결 이후로 향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이 특검 재의시 찬성 당론을 확정함으로써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각 당으로선 재의 정국 이후 주도권 잡기가 당면 현안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우선 정국이 일단락되면 대대적으로 당 개혁에 시동을 걸 계획이다. 재의 정국 후 펼쳐질 정치개혁 경쟁에 대비한 포지티브 공세의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전략이다.
홍준표(洪準杓) 전략기획위원장은 “다음 주부터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정점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맞을 매이기 때문에 이를 피하지 않으면서도 과감한 당 개혁에 나서 정치개혁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당 지도부는 이달 중순경 비상대책위를 해체한 뒤 총선기획단을 띄워 전열을 정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당직자는 “당의 변화는 공천 물갈이의 폭과 새롭게 영입할 인물의 면면에 달려 있다”며 대대적인 당 쇄신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은 또 민주당이 재의 정국에선 한나라당과 공조를 했지만 재의 정국 이후엔 대선자금 문제를 고리로 한나라당을 집중 공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민주당의 파상 공세에 당 개혁 카드로 맞불을 놓으면서도 민주당과는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총선 전 제휴 및 통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여기엔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안 재의 통과로 특검 수사가 본격화되면 민주-우리당의 공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민주당은 조순형(趙舜衡) 대표 체제의 등장 이후 국회 정상화를 주도했다는 점을 내세워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쥐면서 한나라당과의 양강(兩强)구도를 유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특검 수사가 본격화될수록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우리당이 도덕적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만큼 향후 공세의 축을 열린우리당보다는 한나라당에 맞춘다는 복안.
박상천(朴相千) 전 대표는 “중장기적으로는 숙적인 한나라당과의 대결구도에서 우위를 점해나가는 데 초점이 두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가까운 시일 내에 대선자금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해 한나라당의 대선자금을 노 대통령 캠프 대선자금과 함께 공격할 태세다.
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문제를 이슈화해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의 후폭풍을 막는 한편 한나라-민주당의 공조에 제동을 건다는 속셈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