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회사 이미지뷰의 김민하 실장과 홍보대행사 애플트리&라이언PR 연구소 강명수 실장은 서른 한 살 동갑내기 친구 사이다. 고교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였던 이들은 올해 연봉 5000만원가량을 받는 커리어우먼들이다.
여러 조건이 비슷해 보이지만 이들의 ‘연말 경제지수’는 다르다. 지난해 말 강 실장은 세금 80만원을 돌려받아 ‘알뜰이’ 소리를 들었지만 김 실장은 46만원밖에 돌려받지 못해 ‘헛똑똑이’ 취급을 받았다.
두 동창생의 올해 세금 성적표는 어떻게 될까. 올 연말과 내년도 절세(節稅) 전략을 짜기 위해 2일 서춘수 조흥은행 재테크 팀장을 만나 컨설팅을 받았다.》
○ 연금상품도 돈이다
결혼 6개월차인 김 실장의 올 연봉은 4800만원이다.
그런 김 실장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1년 동안 열심히 한 일은 신용카드를 자주, 크게 긁어 2000만원을 쓴 일과 여성 건강보험에 매달 4만원의 돈을 낸 것이다. 얼마 전 2000cc급 중형차를 사서 보험에 들었기에 자동차 보험료도 100만원 냈다.
이에 따라 그가 올 해 정산해서 내년 2월 돌려받는 세금은 카드에서 60만원, 보험에서 20만원이다. 그가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은 이것뿐일까. 당연히 아니다.
서팀장은 “당장 연금저축에 가입하라”고 조언했다. 보험, 은행, 투신사에서 각각 연금보험, 연금신탁, 연금투자신탁 등의 이름으로 파는 상품들이다.
연금저축의 최대 장점은 연간 240만원까지 넣으면 이 금액이 고스란히 소득공제 대상이 된다는 점. 이달 중 시중 은행의 연금신탁에 가입해 한 번에 240만원을 넣는다면 세금 48만원을 돌려받게 된다. 내년을 생각한다면 어차피 1년에 240만원만 넣으면 되므로 분기당 60만원을 넣는 상품에 가입해도 좋다.
서춘수 조흥은행 재테크팀장이 김민하, 강명수씨(왼쪽부터)에게 “조금만 노력하면 내게 맞는 절세상품을 찾을 수 있다”며 각종 세제 혜택을 설명하고 있다.이종승기자
○ 남편이 자영업자라면…
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바로 의료비.
“별로 쓴 것도 없는데….” 김 실장은 머뭇거렸다. 다 합해봐야 50만원선. 그럴 만도 하다. 의료비는 연간 소득금액의 3%를 초과하는 비용에 대해서만 세액을 돌려주기 때문이다.
가만 생각하던 김 실장은 남편의 수술비용을 생각해냈다. 자영업자인 남편은 소득공제 대상이 아니므로 남편의 의료비 150만원을 김 실장 앞으로 돌리면 의료비는 200만원. 의료보험 대상이 아닌 치료항목도 소득공제 대상이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소득금액의 3%인 140만원을 빼고 나면 그는 60만원에 대한 세금 12만원을 돌려받는다.
이렇게 하면 김 실장은 최대 60만원을 더 돌려받는다.
남편을 활용한 절세는 또 있다. 서 팀장은 “김 실장처럼 남편이 사업자인 경우 맞벌이 아내가 세대주가 되면 장기주택마련저축에 가입해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실장은 이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그는 솔로이던 지난해 10월 자신의 이름으로 주택청약예금에 가입했는데 세대주만 1순위가 된다는 소리를 최근 들었던 터이다.
33평 이하 아파트를 갖고 있거나 무주택인 세대주가 장기주택마련저축에 연간 750만원을 넣으면 세금 60만원을 돌려받는다. 올해의 경우 분기 한도액인 300만원을 넣고 48만원을 받을 수 있다.
김 실장은 남편과 잘 따져서 상의한 뒤에 세대주를 바꿀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독신여성이여 세금을 챙기자
강실장은 미혼이다. 직장을 옮기면서 연봉이 5000만원으로 크게 오른 강 실장은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 ‘세제 혜택을 받는 것’과 ‘못 받는 것’을 구분하며 지출했다.
예를 들어 그는 올해 1500cc급 새 차를 신용카드로 샀지만 이는 소득공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다른 분야에서 신용카드 지출을 크게 늘렸다. 또 최근 레스토랑에 투자한 금액도 벤처 투자액으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대주이긴 하지만 부양가족이나 배우자가 없고 이혼녀가 아니므로 장기주택마련저축으로 연말정산 혜택을 못 받기에 아직 가입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강 실장은 올해 신용카드 사용액 1800만원에 대해 52만원을 돌려받고 자동차 보험 및 종신보험 100만원에 대해 20만원을 돌려받는다. 2001년은 부모와 함께 살고 기부금도 얼마간 있어 세금을 거의 다 돌려받았지만 최근 집을 마련하기 위해 세대분리를 하는 바람에 그 액수가 낮아졌다.
이처럼 잘 아는 그가 놓쳤거나 잘못 알고 있는 세제 혜택은 없을까.
서팀장은 우선 벤처회사 투자를 지적했다. 이는 중소기업청장의 확인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소득공제를 받기는 힘들다는 것. 당연히 음식점은 대상이 아니다. 또 장기주택마련저축은 이자 비과세 혜택이 있으므로 지금이라도 가입하는 게 좋겠다는 것.
강 실장이 놓치고 있는 세제혜택은 연금저축 이외에도 대출자금 관련 공제다.
지난달 일산의 32평 아파트를 분양받은 강 실장에게 서 팀장은 “이자에 대한 세금을 돌려받는 대출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강 실장의 아파트는 분양가가 2억원짜리. 2006년까지 분양금을 모두 내야 하는데 중도금이 모자라면 장기주택마련대출을 받을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15년짜리 대출을 등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받는다면 매년 1000만원까지 소득공제 받는다. 대상은 세대주와 30대 미혼여성. 강 실장이 연리 7%에 1억원을 대출 받는다면 이자 700만원중 140만원을 돌려받게 된다. 대출이자가 5.6%로 낮아지는 셈이다.
○ 에필로그
두 친구는 상담을 마친 뒤 12월에 할 일을 기록했다. 강 실장의 수첩에는 ‘장기주택마련저축 2개 가입하기’가, 김 실장의 수첩에는 ‘의료보험 챙기기, 연금보험 들기, 세대주?’가 적혔다.
서팀장은 얼마 전 펴낸 ‘부자의 꿈을 꾸어라’는 책에서 연봉 7700만원인 국세청장이 세금을 200만원만 낸 비결을 분석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그는 “절세에는 왕도가 따로 없다. 국세청장처럼 절세 상품을 찾아내서 적극 활용하는 길 뿐”이라고 말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