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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맛 그대로]"소시지 하면 영국도 결코 안 빠지죠"

입력 | 2003-12-04 16:55:00

시드니 하디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 부총주방장이 ‘가빈 아저씨네 소시지’에서 영국식 소시지 요리를 먹고 있다. 그의 할머니와 이 음식점 주인 가빈씨는 ‘매케이’라는 같은 성을 가졌다.


소시지 하면 미국이나 독일을 떠올리는 한국인들이 많지만 소시지의 담백한 맛으로 치면 영국을 빼놓을 수 없다. 영국인들은 굵고 퉁퉁한 독일식과 달리 엄지손가락 굵기의 가늘고 짧은 소시지를 즐겨 먹는다.

영국 링컨셔 출신인 나는 1년 2개월 전 아내와 함께 한국에 왔다. 임신 7개월째인 아내가 말레이시아계 중국인이라 이태원 등지의 중국음식점은 자주 다녔지만 영국식 소시지는 거의 먹지 못했다. 호텔 같은데서 소시지가 나와도 대부분 독일식뿐이어서 향수병이 생길 지경이었다.

어린 시절 나는 매주 토요일이면 할머니 댁을 방문하곤 했다. 삼촌과 고모들, 사촌들과 조카들 등 4대에 걸친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그야말로 시끌벅적 정신이 없었다. 할머니는 인근의 푸줏간에서 링컨셔, 뱅거 앤드 매시 스타일의 소시지를 사와서 고기와 함께 요리해 내곤 하셨다.

지난여름 서울에서 가빈을 만난 게 행운이었다. 내가 일하는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영국 상공회의소와 함께 가빈이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가빈 아저씨네 소시지’(02-396-0239)를 운영한다. 스코틀랜드 출신이지만 영국 출신 푸줏간 주인으로부터 소시지 만드는 법을 배워 영국 정통 소시지 요리를 해낸다.

영국식 소시지는 크기뿐 아니라 맛도 독일식과 차이가 있다. 독일식은 미리 익혀 놓지만 영국식은 신선한 상태로 냉동 보관하다 먹기 직전에 굽기 때문에 뜨겁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 지방이 적어 느끼하지 않고, 그렇다고 텁텁하지도 않아 많이 먹을 수 있다. 독일식은 양념 맛이 강하지만 영국식은 육질의 본래 맛을 즐기는 편이다.

가빈 아저씨네 소시지 가게에서는 정통 영국식 소시지 이외에 김치, 허브, 생강, 꿀, 칠리, 마늘, 겨자 소시지 등도 있다.

가빈은 흑맥주와 함께 먹어보라고 늘 권하곤 하지만 나는 차 한 잔이면 족하다. 한국의 칼국수나 중국식도 좋지만 영국 정통의 소시지 맛을 원하면 이곳을 반드시 들러보시라.

시드니 하디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 부총주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