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튼튼하게 하려면 손바닥을 위로 하고 가슴까지 끌어올리면서 숨을 들이쉰 뒤 손바닥을 아래로 향해 끝까지 내리며 숨을 내쉬는 호흡을 반복하는 게 도움이 된다.
얼마 전 신내림을 받아 무녀의 길을 걷고 있는 50대 여인이 있다. 무녀가 되기 전 그녀는 늘 수줍어하면서도 감정의 기복이 심해 울기도 잘하고 웃기도 잘했다. 한 번은 필자와 잘 아는 그녀의 친정오빠가 교통사고로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입원하자 급히 병원으로 달려와 대성통곡을 하더니, 바로 뒤 문병 온 사람들에게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환하게 웃는 것이었다.
그렇게 감정이 매우 풍부했던 여인이 언제부터인가 저혈압 증세로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신내림을 받았다.
사실 신기(神氣)는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지 누구에게나 다 있다. 대개 혈기가 왕성하면 신기가 발동하지 않지만 저혈압인 경우에는 쉽게 나타난다. 신기는 거의 매일 꿈을 꾸고 겁이 많아 밤길을 혼자 걷지 못하며 기쁨과 슬픔의 감정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증세 등으로 나타난다. 심하면 어깨가 아프거나 만성두통에 시달리기도 하고 병명을 알 수 없이 시름시름 앓게 된다.
신기는 마음이 허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곧 심장이 허함을 의미한다. 동양의 정신론에 따르면 혼(魂)의 거처인 심장이 허약하면 혼이 안주하지 못한 채 감정의 기복이 심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잘 웃고 잘 우는 것 자체가 심장이 허해서 생기는 병증이라 할 수 있다.
감정의 변화에 마음이 같이 움직이면 심장은 더 많은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는 에너지를 생성한다. 이런 상승작용이 자주 일어나 습관화되면 결국 신내림 증세에 시달리거나 정신질환을 앓을 수 있다. 울음뿐만 아니라 지나친 웃음도 심장을 상하게 한다.
심장이 상하면 어지럼증이 생기거나 얼굴빛이 쉽게 붉어지며 입이 마르고 손바닥에 열이 많아진다. 또 가슴 속이 결리듯이 아프고 갈비뼈 밑이 당기면서 아픔을 느끼는데 등과 어깨와 어깻죽지 사이에 통증이 있다
수(水)에 속하는 신장의 본성이 지(智)라면 화(火)에 속하는 심장의 본성은 예(禮)다. 넉넉하고 풍요로운 군자(君子)의 마음으로 바르게 도리를 지킨다는 의미다. 따라서 외부 환경에 감정이 민감하게 반응할 때는 ‘나는 지금 감정에 치우치고 있는가’ 살펴본 뒤 스스로 ‘풍요롭고 화평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주문을 외우듯 자기 최면을 걸어보라.
이렇게 하면 심장은 어느새 그 마음에 상응한 에너지를 생성시켜 저절로 건강해질 뿐만 아니라 인격 또한 군자의 면모로 변화한다. 이는 불교의 원효대사가 말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음)이자 양명학에서 주장하는 심즉리(心卽理·마음이 곧 하늘의 섭리)의 이치다.
심장이 허한 사람은 쓴맛에 속하는 화 기운의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서, 적석지(赤石脂)를 가루 내어 먹거나 생지황(生地黃) 맥문동(麥門冬) 복신(茯神) 연자(蓮子) 등을 차처럼 자주 마시면 좋다. 이런 약초는 약재상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
심장을 좋게 하는 호흡법도 있다.
아침에 동쪽을 향해 서서 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두 손을 편안하게 늘어뜨린다. 눈을 감고 햇빛이 심장을 비춰 몸속에서 붉은 피가 철철 넘쳐난다는 생각을 반복한다. 두 손바닥을 천천히 가슴까지 들어올리면서 숨을 깊이 들이쉬고 다시 두 손을 끝까지 내리면서 숨을 내쉰다. 들어올릴 때는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하고 내릴 때는 반대로 땅을 향하게 한다. 이때 손의 속도와 숨의 속도가 일치해야 한다.
매우 간단한 호흡법이지만 가끔 가슴이 조여들거나 아플 때 또는 심장이 두근대거나 답답할 때 이런 동작으로 호흡을 하면 증상이 쉽게 가라앉는다. 심장은 마치 아직 피지 않은 연꽃과 같은데 중앙에 9개의 공간이 있어 하늘의 참 기운을 끌어당겨서 운동한다고 했다. 길게 숨을 들이쉬면 하늘의 참 기운을 충분히 받아들여 심장이 건강해지고, 길게 내쉬면 해로운 공기를 배출하기 때문에 심장이 병들지 않는다.
정경대 국제의명연구원 원장 세명대 한의과 겸임교수 www.imf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