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의 한국 대 136위 홍콩의 대결. 무려 114계단이나 앞선 한국을 상대로 홍콩은 초반부터 극단적인 수비 작전으로 나왔다. 하지만 끊임없이 찔러대는 ‘창’을 ‘방패’만으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 4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03동아시아연맹컵축구선수권대회 풀리그 홍콩과의 첫 경기에서 김두현과 김도훈 안정환의 릴레이골을 앞세워 3-1로 승리,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홍콩과의 역대 전적에서 22승5무4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지켰다. 또 최근 지도력 논란에 휩싸였던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도 취임 이후 6승1무6패로 승패의 균형을 맞추며 한숨을 돌렸다.
한국은 이날 김도훈(성남)-최용수(이치하라) ‘투톱’에 안정환(시미즈)을 플레이메이커로 내세워 주도권을 틀어쥐고도 상대의 끈질긴 수비에 막혀 골문을 쉽게 열지는 못했다.
한국이 첫 골을 잡아낸 것은 전반 23분. 이을용의 코너킥을 홍콩 수비수들이 헤딩으로 걷어내자 김두현(수원)이 왼발 발리슛으로 마무리한 것.
한국은 이어 안정환 김동진 최용수가 소나기 슈팅을 날렸으나 추가골을 성공시키지 못했고 전반 34분 홍콩의 역습에 어이없는 동점골을 허용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올라온 프리킥을 홍콩의 나이지리아 출신 스트라이커 로렌스 치메지에 아칸두가 수비수를 등지고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유상철의 몸에 맞고 흐르는 것을 그대로 골대 안으로 차 넣은 것.
슈팅수 7-2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1-1 동점으로 전반을 마친 쿠엘류 감독은 후반 들어 최용수 대신 김대의(성남)를 투입했고 교체카드는 적중했다.
후반 5분 발 빠른 김대의가 문전으로 올린 센터링을 김도훈이 헤딩으로 마무리하며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13분에는 안정환이 이을용의 코너킥을 그대로 헤딩슛,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은 7일 중국과 2차전을 갖는다.
한편 개최국 일본은 중국을 2-0으로 누르고 첫 승을 거뒀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양팀 감독의 말▼
▽움베르토 쿠엘류 한국 감독=첫 경기에서 승리해 기쁘다. 홍콩이 수비 위주의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것을 감안할 때 일단 이긴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전반에는 미드필드에서 볼을 자주 빼앗겼지만 후반 들어 스피드가 살아나며 공격의 활로가 열렸다. 찬스를 많이 만들었지만 3골밖에 넣지 못해 아쉽다. 훈련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기만 하다.
▽라이순쳉 홍콩 감독=홍콩과 한국을 비교할 때 수준에서 큰 격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전반에는 한국에 큰 충격을 줬다고 본다. 홍콩은 한국에 비해 스피드와 기술에서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전반 경기에서 발휘한 우리 선수들의 근성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