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이스턴 캐슬에서 한 여성이 클레이 사격을 배우고 있다. - 권주훈기자
영화 ‘하이 눈’에 나오는 보안관 게리 쿠퍼처럼 또는 ‘툼레이더’의 여걸 안젤리나 졸리처럼 사회의 악(惡)을 향해 총을 겨누는 상상.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하다.
침체된 경기에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거기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까지 한번에 날려보고 싶다면 이번 주말에는 실내외의 사격장을 찾아 ‘총잡이’가 되어 보자.
고도의 정신집중 후에 들리는 총성과 알싸한 화약 냄새, 과녁을 맞힐 때의 짜릿함은 사격만이 지닌 매력.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사격은 최근 여성과 청소년들에게까지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3일 서울 양천구 목동사격장을 찾은 시민들이 공기총을 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박주일기자
▽클레이 사격=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지름 11cm의 접시모양 목표물인 ‘피전’을 총으로 명중시키는 레포츠. 오렌지 빛 접시가 ‘퍽’ 하고 깨질 때의 쾌감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초보자도 한 달 정도만 배우면 쉽게 할 수 있지만 19세 이상만 가능하다.
서울에서 클레이 사격이 가능한 곳은 노원구 공릉동 이스턴 캐슬(태릉 국제사격장)이다.
이스턴 캐슬의 전인찬 영업본부장은 “클레이 사격은 4계절 내내 할 수 있는 데다 대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철따라 변하는 풍경까지 감상할 수 있는 레포츠”라며 “특히 총이 생각보다 무겁지 않아(2.5∼3kg) 여성들에게도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접시가 날아오는 속도와 방향에 따라 4가지 종목이 있는데 한 방향으로 빠르지 않게 날아오는 ‘아메리칸 트랩’이 초보자에게 알맞다. 25발에 3만5000원으로 아직은 고급 레포츠에 속하는 편.
꼭 사격을 하지 않아도 8만여평의 넓은 부지를 불암산이 둘러싸고 있어 경치가 아름다우며 산책로와 삼림욕장도 있다. 주변에 사극 ‘여인천하’에서 탤런트 전인화가 연기했던 문정왕후의 능인 태릉이 있고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육군사관학교를 한번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실내사격=도저히 추위를 못 참겠다면 실내 사격장을 찾아보자. 서울에는 4곳이 있다.
양천구 목동운동장 안에 있는 목동 사격장은 1978∼86 아시안게임을 3연패했던 전 국가대표 사격선수 박종길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어린이를 위한 공기총 사격장도 있다.
박 사장은 “공기총 사격은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면 할 수 있지만 사고 예방을 위해 철저한 안전교육과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곳에서 공기총 사격을 배운 지 두 달이 됐다는 오지민군(11·서정초등학교 5학년)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아 우쭐한 기분이 든다”며 “공부할 때 집중도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인들은 실탄사격을 하는데 소총은 사격장에서 쓰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어 권총사격만 할 수 있다. 공기총은 권총과 소총이 모두 가능하다.
실탄사격은 10발에 2만원, 공기총은 10발에 2000원이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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