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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 10배 오르는곳 많다…일부아파트 발표보다 많이 올라

입력 | 2003-12-04 19:01:00


내년에 서울 강남권 중대형 아파트에 붙는 재산세가 정부 발표보다 훨씬 많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택 투기의 온상으로 지적됐던 재건축 대상 소형 아파트의 재산세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낮아 이번 세제(稅制) 개편이 당초 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재산세 10배로 오르는 곳 속출=행정자치부는 3일 부동산 보유세 강화 조치에 따라 내년에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재산세가 ‘최고’ 7배로 오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본보 경제부가 3일 일선 세무사와 지방자치단체를 취재한 결과 강남권 30평형대 이상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산세가 현재의 10배 이상으로 오르는 단지도 속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재산세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과세표준(과표)이 상승하게 되면 세율이 따라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신천동 B아파트 38평형의 올해 과표는 1605만원으로 1.0%의 세율을 적용한 재산세는 16만500원이었다. 하지만 내년에 신축건물가액을 m²당 17만원에서 18만원으로 올리고, 가감산율을 100% 적용하면 과표가 3398만원으로 상승한다.

과표가 오르면 적용 세율 역시 5.0%로 뛰게 돼 재산세는 153만4000원(955%) 오른 169만9000원이 된다. 즉 재산세가 현재의 10.5배로 높아지는 셈이다.

▽재건축 아파트 상승폭은 낮아=반면 재건축 대상 소형아파트의 재산세는 세액과 상승률 모두 미미한 편이다. 송파구 잠실동 A아파트 13평형의 경우 올해 1만2270원이었던 재산세는 내년에도 3만3180원에 그친다. 이 아파트의 기준시가는 웬만한 30평형대 아파트 수준인 3억8500만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 방안에서 과세 형평과 투기 차단을 위해 면적 대신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재산세를 매기기로 했다. 면적은 작지만 가격은 높은 재건축 대상 소형 아파트를 겨냥한 것이다.

그런데도 세금 증가폭이 적은 이유는 재산세 산정 방식에 면적 항목이 그대로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행자부 당국자는 “소형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토지보유분이 많은 만큼 재산세보다 종합토지세가 큰 폭으로 상승한다”며 “이 때문에 보유세 총액은 꽤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완책 없이 세금만 인상=정부가 졸속으로 재산세 인상을 단행해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가 전혀 마련되지 않은 만큼 보완 장치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유세가 높은 대신 연금 외에는 별다른 소득이 없는 주민들에게는 상당폭의 재산세 감면혜택을 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정훈(金正勳) 조세연구원 연구조정부장은 “1가구 1주택자이면서 장기간 거주 보유하고 있는 주민에 대해서는 소득을 감안해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재산세 개편안에 대한 지자체의 반발도 거세다. 조남호(趙南浩) 서울 서초구청장은 “서초구 아파트의 70% 이상이 전용면적 25.7평 이하 국민주택 규모인데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을 투기 동조자로 몰아 세금을 중과(重課)하는 것을 묵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청회를 열어 이번 재산세 인상이 부동산 투기 대책이 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정부의 의도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남구청도 법적으로 보장된 구청장 재량권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세금 인상폭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