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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 술손님보다 연극손님 많았으면"

입력 | 2003-12-05 12:21:00


4일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로비.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 사람들이 어느 새 100여명을 헤아렸다. TV나 영화에서 본 얼굴들도 꽤 눈에 띄었다. 추상미 조재현 오지혜 안석환 등 연극에서 출발해 이제는 스타로 떠오른 배우들도 있었고, 박근형 김광보 최용훈 조광화 이성열 등 연극계에서 손꼽는 연출자들과 공연 기획자들도 모습을 보였다.

이렇듯 좀처럼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연극계의 '인물'들이 모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날 행사는 2004년 한 해 동안 펼쳐질 '연극 열전'을 축하하는 '시(始) 파티'자리였기 때문. '연극 열전'이란 극단 동숭아트센터(대표 홍기유)와 문화창작집단 수다(대표 장진)가 함께 기획한 행사다. 내년 중 동숭아트센터 동숭홀과 동숭소극장에서 과거에 상연됐던 작품 중 인기작 15편을 모아 릴레이로 공연할 예정이다.

동숭홀에서는 '에쿠우스'를 시작으로 '남자충동' '햄릿' '허삼관 매혈기' '택시 드리벌' '백마강 달밤에' '오구' '피의결혼'이 이어진다. 동숭소극장에서는 '한씨 연대기' '관객모독' '판타스틱스' '나잇, 머더' '불 좀 꺼주세요' '청춘예찬' '이발사 박봉구'가 상연될 예정. 연극 팬들에게는 귀가 솔깃해질 만한 희소식이다.

이날 모인 배우와 연출자들, 연극계 인사들은 행사장에서 간단한 고사를 지냈고, 모임은 자연스럽게 저녁 자리로 이어졌다. 내년에 공연될 15편은 모두 이미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검증받은 작품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나이든 연극 팬이라면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고, 젊은 관객이라면 말로만 들어왔던 작품을 다시 감상할 수 있는 기회.

작품과 관련된 화젯거리도 많다. 극단 실험극장의 '에쿠우스'에는 91년 주인공 알런 역을 맡았던 영화배우 조재현이 같은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나잇, 마더'에는 윤소정, 오지혜 모녀가 극중에서도 모녀로 출연한다. '관객모독'에는 이 연극의 연출자 기국서의 동생 기주봉이 출연해 분위기를 살린다. 요즘 영화배우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해일은 '청춘예찬'에 다시 출연할 예정이다.

이날 '시 파티' 행사에 참석한 배우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감상'을 이야기했다. 오지혜씨는 "이번 '연극열전'을 계기로 대학로에 '술손님' 보다 '연극 손님'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기주봉은 "관객에게 자극을 주는 기획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재현은 "대사나 안 까먹으면 다행이겠다"는 농담으로 오랜만에 무대에 복귀하는 데서 오는 기대와 부담감을 내비쳤다.

'연극열전'을 기획한 홍기유 대표는 "관객들에게 80년대 이후 좋은 연극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며 "15편 이외에도 내년 말쯤 상연을 준비 중인 '과거의 명작'이 3~4편 더 있다"고 말했다. 02-762-0010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