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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책방]'야릇하고 오묘한 그리스 신화 이야기'

입력 | 2003-12-05 17:25:00

딸 페르세포네를 지하세계에 빼앗긴 여신 데메테르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엘레우시스의 왕궁에 들어가 보모 노릇을 한다.사진제공 푸른숲


◇야릇하고 오묘한 그리스 신화 이야기/빌리 페르만 지음 정초일 옮김/271쪽 9000원 푸른숲

프로농구팀 ‘전주 KCC 이지스’는 ‘최고의 신(神)’ 제우스가 딸 아테나에게 준 방패 이지스처럼 어떤 공격이든 잘 막아내는 팀이라는 뜻일까.

일본 애니메이션 ‘인랑(人狼)’에 등장하는 비밀 특수기동대에 붙여진 명칭은 ‘케르베로스’. 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머리 세 개에 뱀 모양 꼬리를 가진 저승세계를 지키는 개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대지(大地)의 신 ‘가이아’ 등 신화 속 신의 이름을 사명(社名)으로 쓰는 곳도 많다. 이렇듯 현대의 갖가지 분야에서 고대 그리스 신화의 이미지와 상징은 다양하게 차용된다.

이 책은 초등학교 교사 경력이 있는 저자가 그리스 신화를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인물 중심으로 정리해 쉽게 풀어낸 책이다. 강혜원 서울여고 국어교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신들의 삶이 현재를 사는 우리들이 마주치는 여러 상황과 다르지 않고, 그 속에서 우리 내면의 보편적인 온갖 감정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고 설명한다.

어머니와 같은 가이아는 하늘의 지배자 우라노스를 낳았고, 그와의 사이에서 여러 명의 자식을 얻는다. 그중 막내아들 크로노스가 아버지의 생식기를 자르고 세계를 지배한다.

크로노스에게는 자식이 6명 있었는데, 예언대로 아버지를 밀어내고 아들 제우스가 왕위에 오른다. 형제끼리 제비를 뽑아 제우스는 하늘을, 포세이돈은 바다를, 하데스는 지하세계를 다스리기로 한다. 제우스는 모든 권력을 한 손에 움켜쥐려 하기보다 적당한 비율로 배분, 신들의 세계에 새로운 질서를 확립한 셈이다.

이후 바람기 많은 제우스와 수많은 여신 또는 인간 여성들 사이에서 지혜의 여신 아테나, 학예의 여신 뮤즈, 예언의 신 아폴론,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 신들의 전령 헤르메스 등이 태어난다.

태양의 신 헬리오스와 아들 파에톤의 이야기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되짚어보게 한다. 아들과 첫 대면한 헬리오스는 파에톤에게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겠다고 맹세한다. 그러자 파에톤은 하늘을 가로질러 달리는 황금마차를 타게 해달라고 한다.

아버지가 말린다고 아들이 고집을 꺾을까. 파에톤은 마차를 제대로 몰지 못해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다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만다. 소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미처 몰랐던 까닭이다. 그러나 헬리오스 역시 아들에게 쉽게 마차를 맡겨버린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천하장사’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의 아들로, 편하게 살기를 원했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지만 역경을 이겨내는 길을 택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만이 그 일을 통해 스스로 깨치고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헤라클레스는 보여준다. 고난의 과정을 통해 힘과 용기, 지혜와 끈기가 담금질되는 것이다.

각 인물을 다룬 장(章)의 말미에 그 인물과 관련해 생각해볼 만한 문제를 짧게 정리해 실어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원제 ‘Das Feuer Des Prometheus’(2001).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