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의 복제가 가능한가.’
식물조직 배양기술을 응용한 산삼 생산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산삼의 성분을 복제해 배양하면 진짜 산삼과 ‘똑같은’ 산삼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의학자들은 인공적으로 배양된 산삼을 ‘심봤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반박한다.
조선 중기 풍기군수 주세붕(周世鵬) 선생이 풍기에 인삼을 재배한 이후 전국의 대표적인 인삼고장 명성을 이어오는 경북 영주시 풍기읍. 풍기온천 부근에 폐교된 창락초등학교가 산삼배양공장으로 탈바꿈해 산삼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 곳에 산림청 임업연구원 출신인 손성호(孫聖鎬·46·동양대 생명과학공학과 교수) 박사가 비트로시스라는 벤처회사를 차렸다. 경북대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아주립대에서 ‘식물체세포 복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손 교수는 1년만인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산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실제 산삼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식물배양기술은 10년 전부터 활발했지만 산삼에 응용한 것은 최근입니다. 산삼 성분을 분석하고 정확하게 배양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손 박사는 복제산삼의 효능을 확신했다. 몇몇 유명 제약회사들은 손 박사의 복제산삼뿌리를 구입해 약품이나 화장품에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원리는 진짜 100년근 산삼의 뿌리부분에서 성분을 뽑아낸 뒤 말려서 특수한 배양통에 넣고 2∼3개월 키우는 방식이다. 손 박사는 20t짜리 배양통(생물반응기) 8대를 가동해 한달 평균 700∼800t가량 산삼을 생산하고 있다.
손 박사는 동양대와 함께 대규모 생물바이오벤처도 구상하고 있다. 몇 년 안에 인공산삼 시장이 상당히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경북도는 지난해 11월 비트로시스를 경북을 대표하는 유망 벤처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는 “인삼의 고장 풍기에서 산삼을 대량 생산해 전통을 잇는 뜻도 있다”며 “산삼 배양이 대중화되면 누구나 술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등을 통해 산삼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삼 배양은 비트로시스를 포함해 충북대 첨단원예기술센터 등 현재 몇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의학계에서는 이같은 산삼 재배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린다. 산삼 조직을 배양한다고 해서 ‘진짜’ 산삼과 똑같다고 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대구한의대 한상원(韓相源) 교수는 “외부의 기운을 받고 자라는 자연 산삼과 조직복제를 거친 산삼을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일반적으로 한약재는 어떤 환경에서 나온 것인가에 따라 약효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성분 복제가 동일한 약효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영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