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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익산고를 보고 배워라

입력 | 2003-12-05 18:56:00


농촌의 한 평범한 종합고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은 공교육이 나아갈 길을 시사해준다. 전북 익산시 금마면 동고도리의 익산고는 정원을 채우기조차 힘들었던 하위권 학교였지만 올해 도내 전체수석을 배출하는 등 ‘빛나는 반란’을 일으켰다. 학교재단의 과감한 투자와 경쟁력 있는 교육방식을 도입한 교사들의 열성이 빚어낸 결과다.

이번 수능에서도 재수생 강세가 이어지면서 ‘고4시대’가 굳혀졌다는 지적이 나올 만큼 공교육의 신뢰는 추락했다. 학교는 사고력과 판단력을 중시하는 수능에 맞춰 교육하기보다 암기식 주입식 수업과 ‘내신 부풀리기’로 학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내년부터 과목선택제와 심화학습 중심의 7차 교육과정이 본격화하는데 현행 공교육시스템이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 같은 현실에 비추어볼 때 익산고는 바람직한 대안으로 다가온다. 비평준화지역의 익산고는 학생수준에 맞춘 영재학급을 편성해 교사가 1 대 1 지도를 하는 등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려 애썼다. 사실상 자립형 사립고 역할을 한 셈이다. 일반학급 학생들도 이에 자극받아 수능점수가 올라갔다니 더욱 다행스럽다.

물론 고교가 대입만을 위한 기관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학생들이 막대한 사교육비를 쓰며 학원을 전전하거나 조기유학을 떠나야 할 것인가. 특히 서울의 경우 시교육감은 7년의 재임기간 동안 공교육의 질을 높이지도 못했으면서 강북지역 자립형사립고와 특목고 설립을 반대하고 학원단속에 몰두하는 등 ‘하향평준화’ 교육철학을 고수해 원성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공교육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10월 노무현 대통령도 연말까지 사교육비를 확실히 줄이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사교육비를 줄이는 가장 적확한 정책은 부실한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교육당국은 익산고의 사례를 통해 공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만이 바람직한 교육개혁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