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모비스 최희암 감독(48)이 전격적으로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최 감독은 4일 울산 전자랜드전에서 연장전 끝에 역전패한 뒤 5일 오전 신일규 단장과 만나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모비스 구단은 최 감독을 설득하려했으나 결심을 끝내 돌릴 수 없어 사표를 수리했다. 이에 따라 장일 코치(36)가 감독대행으로 벤치를 지킨다.
최 감독은 “성적이 너무 안 좋았고 더 늦기 전에 변화가 필요했다. 감독인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일로 분위기 쇄신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지난해 3월 모비스 감독으로 프로에 뛰어든 뒤 올 시즌 혹독한 시련 속에서 내년 4월 말까지의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부임 20개월 만에 중도하차의 비운을 맛봤다.
최종규(전 삼보), 최명룡(전 동양), 김동욱 감독(전 삼보)에 이어 자진 사퇴 감독 4호가 된 최희암 감독은 “당분간 쉬면서 공부 좀 하고 싶다”고 지친 심경을 드러냈다.
모비스는 올 시즌 상위권 전력으로 꼽혔으나 뒷심 부족에 허덕이며 5일 현재 10개 팀 가운데 9위에 처져있다. 농구인들은 그 이유로 최 감독이 프로에서도 여전히 아마추어 대학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최 감독은 86년 모교 연세대 지휘봉을 잡아 대학농구 정상은 물론이고 농구대잔치에서도 실업팀을 제치고 우승 헹가래를 받은 축복받은 지도자.
그러나 늘 최상의 선수를 골라 지도하다 보니 이기는 농구에만 젖어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약한 팀을 이끌어 본 경험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처지는 모비스에서 전술 구사와 용병술에 애를 먹었다는 것.
감독이 일일이 팀 전체를 장악하다 보니 정작 모비스 선수 가운데는 구심점이나 해결사가 없었다. 연장전을 6차례 치러 1승5패의 참담한 성적을 거둔 것을 포함해 8차례나 역전패를 당한 것도 선수들의 자신감 상실이 가장 큰 원인. 지키는 농구로 일관하다 더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날려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쫓기면 다급해져 결정적인 턴오버를 쏟아냈다. 기대를 모았던 바셋은 체력저하로 4쿼터에는 득점력이 뚝 떨어졌고 맥도웰 교체가 무산된 것도 문제였다.
팀이 극도의 부진에 빠지면서 최 감독은 보름 전부터 여러 차례 구단 측에 사의를 밝혔으며 지난달 26일 LG전에서 역전패한 뒤에는 사표까지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신화에 흠집을 남긴 최 감독은 그동안 여러 차례 위기에서 변신을 통해 살아남은 적이 있다. 처음 오른 프로무대에서 쓸쓸히 퇴장한 그는 다시 일어설 것인가.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