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권위지 가운데 하나로 자타가 공인하는 뉴욕 타임스가 이번에는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의 부고기사를 게재해 망신을 당했다. 그것도 다른 신문에 나온 기사를 확인도 하지 않은채 베껴 실었다가 터진 사고였다.
뉴욕 타임스는 4일자 부고면에 1940년대 뮤지컬 '오클라호마'에서 주인공을 맡아 유명해진 여류 무용가 겸 배우 캐서린 서가바(94)가 11월 11일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숨졌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나 그녀는 맨해튼의 한 사립요양원에서 요양중이었다. 그녀의 지인들로부터 그녀가 살아있다는 제보를 받은 뉴욕 타임스는 5일자 정정면과 부고면에 각각 정정기사를 실었다.
정정기사는 "이 부고기사는 11월 29일자 영국 런던의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 기사에 바탕을 둔 것이었으며 본지는 자체적으로 그녀의 사망사실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기사작성 및 편집상 실수로 기사의 출처를 밝히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정정기사는 이어 "텔레그래프도 (오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면서 "서가바는 오랜 기간 맨해튼에 거주해왔고 11월 입원했다가 지금은 한 사립 요양원에서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는 편집간부의 교체로 이어진 제이슨 블레어 기자의 표절 및 날조 파문 당시 그 사례를 상세히 공개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오보에 대해서는 짤막한 정정기사 두건만 게재해 파문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의도임을 내비쳤다.
뉴욕 타임스를 보고 서가바의 부고를 전했던 공연소식 전문 플레이빌닷컴은 "서가바의 친구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오보라는 것을 알았다"고 그 과정을 자세히 전하고 "뉴욕 타임스는 4일 오후 늦게 웹사이트에서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고 덧붙였다.
뉴욕 지역 언론들은 뉴욕 타임스의 오보를 조롱했다. 데일리 뉴스는 5일자에서 "어이쿠, 뉴욕 타임스가 또 일을 저질렀다"면서 오보 사실을 전했다. 뉴욕 포스트는 "지위에 집착하는 많은 뉴요커들은 뉴욕 타임스에 자신의 부고기사가 실리는 것을 꿈꾸겠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자신들이 실제로 사망할 때까지 이 신문사가 기다리기를 바랄 것"이라고 꼬집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