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병원(41·사진)은 음치 교정 의사다.
‘이병원의 음치 클리닉’을 17년째 운영하면서 라디오와 TV 등에서 음치 탈출법을 강의해왔다. 소리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기 위해 수강생들이 머리에 양동이를 쓰고 자기 소리를 듣게 하는 강의 방식이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런 그가 최근 새 음반을 냈다. 그는 “다른 가수의 히트 곡을 분절해 수강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어느새 내 노래를 잊어버린 것 같다”며 음반 출시 이유를 밝혔다. 1984년 ‘밤이 내린 설악’으로 데뷔한 이래 다섯 번째 음반이다.
새 음반의 타이틀곡은 트로트와 발라드를 섞은 노래로 ‘요즘 사는 게 좀 어떠세요’. 가사는 중년층 200명을 대상으로 ‘요즘 사는 게 좀 어떠냐’고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썼다. 이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좀 벗어나고 싶다’ ‘참고 산다’ ‘어쩌겠냐?’ ‘가족만 없으면 죽고 싶다’ ‘생각하기 나름 아니냐’ 등으로 나왔다. 그러나 가사는 ‘그래도 초연하게 웃고 살아요’로 끝을 맺는다.
이병원은 “비극적인 현실을 담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남루한 차림의 한 중년 아저씨가 그래도 삶은 살 만한 것이라며 웃는 모습을 보고 뭉클했다”고 말했다.
음치 탈출 강좌를 해오는 동안 그는 ‘음치 의사’인데 왜 히트곡이 없느냐는 질문이 가장 뜨끔했다고 한다. 이병원은 “그래도 노래로 평생을 살고 마흔이 넘은 지금 나이에 새 음반을 낸다는 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활짝 웃었다.
새 음반에는 아내를 위한 노래 ‘당신에게’를 비롯한 트로트와 ‘예정된 이별’ ‘절망과 그리움’ 등 발라드를 고루 실었다.
이병원은 2004년 2월 음반 출시 기념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허 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