聲 東 擊 西(성동격서)
聲-소리 성 擊-칠 격 處-처할 처
勝-이길 승 陣-진칠 진 欺-속일 기
사람이 處世(처세)를 하는 데 있어 正直(정직)해야 하는 것은 기본 德目(덕목)이다. 그러나 적어도 스포츠나 戰爭(전쟁)에서 그렇게 했다가는 패하기 십상이다. 勝敗(승패)만이 존재하는 상황이므로 때에 따라 얼마든지 正直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 각종 운동경기다. 특히 球技種目(구기종목)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른바 ‘페인트 동작’이 그것이다. 헛발질이라든지 아니면 이상한 몸동작으로 상대방을 속이는 것이다. 하기야 나의 공격 방향과 목표를 알려주고 차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도 없지 않겠는가.
옛날 중국 春秋時代(춘추시대) 宋의 襄公(양공)은 참으로 인자한(?) 諸侯(제후)였다. 그래서 전쟁을 할 때도 상대방이 布陣(포진)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쳤다. 楚(초)나라와 싸울 때였다. 楚軍(초군)이 泓水(홍수)를 건널 때 宰相(재상) 目夷(목이)가 말했다.
“절호의 찬스입니다. 빨리 쳐야 합니다.”
그러나 襄公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미쳐 준비도 하기 전에 先手(선수)를 치는 것은 君子(군자)답지 못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결국 大敗(대패)해 자신도 戰死(전사)하고 말았다. 유명한 宋襄之仁(송양지인)의 고사다. ‘쓸데없는 寬容(관용)’을 뜻한다.
과연 戰國時代(전국시대) 齊(제)나라의 兵法家(병법가) 孫子(손자)는 자신이 쓴 孫子兵法에서 군사작전의 기본 성격을 ‘詭’(궤·속임)에 있다고 했다. 이른바 欺瞞作戰(기만작전)이 그것이다.
그런데 欺瞞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그 첫째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誤認(오인)을 誘導(유도)하여 戰力(전력)을 손실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赤壁大戰(적벽대전) 때 周瑜(주유)의 연합군이 曹操(조조)의 백만 대군을 속였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 하나는 상대방의 注意力(주의력)을 딴 곳에 쏠리게 한 다음 뒤통수를 치는 방법이다. 이른 바 陽動作戰(양동작전)이다. 아군의 주공격 지점이나 방향을 적이 알지 못하도록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기 위해 엉뚱한 곳에서 작전을 전개하는 것이다. 곧 그곳이 주 공격목표인 것처럼 속여 적의 군사력이 집중되면 이번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 火力(화력)을 집중시켜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다. 그것을 한자로는 聲東擊西(성동격서)라고 한다. 직역하면 동쪽에서 왁자지껄 소리를 내어 상대방의 注意를 집중시킨 다음 별안간 서쪽을 치는 것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