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실무교육을 시킬 여건이 돼 있지 않다. 현실적으로 연구 논문을 한 편 더 쓰는 게 교수 평가에 유리하다.”(수도권 소재 A공대 교수)
“대학과 공동연구에서 실제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현장실습을 하러 온 학생들이 귀찮을 때도 많다.”(H그룹 연구개발팀장)
잘못된 공학교육 시스템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작년 이공계 졸업생의 40.6%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으나 기업은 ‘필요한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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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본보가 5대 제조업종의 주요 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LG화학 효성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기업이 지불하는 대졸 신입사원 1명의 입사 첫 해 교육비가 평균 1646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300개 회원기업의 인사담당자는 대졸 신입사원의 실무지식을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26%로 평가하고 있다.
섬유산업연합회 백흠길 상무는 “매년 섬유관련 학과 졸업생이 9000여명에 이르지만 직물 디자이너로 쓸만한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산학협력 부진으로 공대 교육이 이론위주에 머물고 있는 것.
산업연구원(KIET)이 최근 전국 107개 공과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공대의 77%와 지방 공대의 62%는 교과 과정에 기업의 참여가 아예 배제돼 있다.
기업도 배타적이긴 마찬가지. 박사급 연구인력의 72.6%가 대학에 몸담고 있으나 연구개발비의 76.2%를 기업이 사용하고 있다. 그 결과 기업에서는 박사 1인당 연구비가 17억7000만원에 이르지만 대학에서는 5000만원도 안 된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박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