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3 도그쇼에 참가해 복서 2마리를 끌어안고 즐거워 하고 있는 모나미 송하경 사장. -강병기기자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나미빌딩. 7층에 있는 송하경(宋河鯨·44) 모나미 사장의 집무실 책장에는 문구세트와 함께 각종 도그쇼(Dog Show) 트로피가 가득했다.
“전부 사장님이 받으신 거예요?”
“제가 받은 게 아니라 개가 받아온 거예요.”
트로피 옆으로 대형 개 모형과 그림이 눈에 띄었다. 집무실 한쪽에 개집까지 있었다.
“개 구경하실래요?”
송 사장을 따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 문을 열자 10여 마리의 개가 동시에 짖기 시작했다. 송 사장이 지나갈 때마다 철창을 두들기고 꼬리를 흔들었다. 철창은 아크릴 판으로 막혀 있었고 우리마다 전열기가 설치돼 있었다.
송 사장이 가장 아낀다는 로트바일러 종인 ‘우다이’를 우리 밖으로 꺼냈다. ‘가자’란 말과 함께 우다이가 재빨리 계단을 내려와 입으로 집무실 문을 열고 집무실에 마련된 개집으로 들어갔다.
기자를 보고 계속 짖자 송 사장이 독일어로 우다이를 타일렀다. 독일에서 태어난 개라 독일어를 더 빨리 알아듣는다고 했다. 거짓말처럼 우다이가 금세 조용해졌다.
송 사장은 애완견 마니아다. 회사에 10여 마리, 2000여평 규모의 경기 안성 견사에 40여 마리가 있다. 대부분이 로트바일러나 도베르만, 셰퍼드, 복서 등 독일종이다.
“개를 보면 민족성을 알 수 있습니다.”
독일종은 충성심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아돌프 히틀러가 자신의 관저 외곽은 셰퍼드가, 문 앞은 도베르만이, 침실은 로트바일러가 지키도록 했다는 비화가 전해질 정도.
한국 진돗개의 품성은 어떨지 궁금했다.
“진돗개는 영리하지만 야성(野性)이 강하고 다른 개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요.”
그가 애완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9년 독일애견연맹에서 로트바일러 종 가운데 최고로 꼽았던 ‘요크’를 만나면서부터. 요크는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송 사장은 요크에게 도그쇼의 모든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러나 요크는 2000년 12월 암으로 숨졌다.
이후 송 사장은 아예 동물병원을 설립했다. 이 병원에는 70억원짜리 동물용 자기공명영상(MRI)촬영 장치가 있다. 취미로 시작한 ‘애완견 키우기’가 사업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현재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애완견 분양은 물론 훈련용품 등 개를 키우는 데 필요한 각종 물품을 팔고 있다.
송 사장은 개를 키우는 것은 창작활동이라고 했다. 건강이나 품성이 좋은 개들을 교배시켜 더 훌륭한 개를 만들어내는 것이 1차 창작이라면 백지 상태의 개를 훈련시키는 작업은 2차 창작인 셈이다.
“언젠가 우리가 ‘만든’ 개를 독일로 역수출할 날이 올 거예요.”
그의 개 이야기는 ‘아미’를 소개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아미는 집에서 키우는 유일한 개다. 족보는 없다. 하지만 아미에게 처음으로 ‘송(宋)’씨를 하사했다.
“역시 정이 가장 무서운가 봐요. 7년 동안 함께 지냈더니 아무리 비싼 놈도 아미만 못해요. 다른 놈들에겐 얘기하지 마세요. 개도 질투가 대단하거든요.”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