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사진) 중국 총리가 7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나흘간의 미국 방문 길에 올랐다. 후진타오(胡錦濤) 정부가 3월 출범한 이후 중국 최고위층 인사의 방미는 처음이다.
원 총리는 9일 부시 대통령과 회담하는 것을 비롯해 미국 각계 지도자들을 만나 북한 핵과 대만 문제, 중-미 무역마찰 및 위안화 절상, 이라크 전후 처리를 포함한 반(反)테러 문제 등 각종 현안을 협의한다.
최대 관심은 역시 대만의 독립 움직임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원 총리에게 ‘어떤 말’을 해줄 것이냐는 데 모아지고 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은 전했다.
▽대만 문제=원 총리는 부시 대통령에게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언질을 받아낼 생각이다. 특히 그는 미국에 대만으로의 무기 판매 중지와 독립 움직임을 방관하는 듯한 애매한 태도를 취하지 말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양제츠 주미 중국대사는 6일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핵심 문제”라면서 “미국이 그동안 대만 지위 변경과 대만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점에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 6자회담 재개 문제=원 총리는 제2차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한 중국측의 북-미간 중재안을 설명하고 북핵 포기에 따른 미국측의 구체적인 지원방안 마련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원 총리는 북핵 문제 외에도 ‘전략적 문제에서의 미국과의 협조’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대량살상무기(WMD)와 테러에 대한 반대 입장을 확고히 밝힐 방침이다. 중국 정부가 3일 WMD 확산 반대를 내용으로 한 백서를 발간한 것은 이를 위한 사전포석이다.
이라크 전후 처리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기대하는 미국을 배려하면서도 유엔의 역할을 강조하는 태도를 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역 마찰=중국산 섬유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와 컬러TV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등으로 빚어지고 있는 양국간 무역 마찰은 원 총리의 방미를 통해 완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구매 등을 통해 무역분쟁을 해소하는 데 적극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방미가 연기됐던 대두(콩) 구매 사절단을 17∼18일 미국에 보내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중국의 이 같은 대미 제스처는 올해 10월까지 대미 수출 749억달러, 수입 275억달러로 무역흑자가 엄청날 뿐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꾸준히 위안화 가치 절상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한편 원 총리는 10일까지 미국 방문을 마치고 캐나다, 멕시코, 에티오피아 등 3개국도 순방한다. 원 총리는 특히 멕시코 방문에서 양국간 외국인 직접투자 활성화를 위한 투자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한국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