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올 여름에 개최한 ‘원어민 영어캠프’에서 외국인 강사가 시청각 교재를 활용해 강의하고 있다. 경기도는 겨울방학에도 이 캠프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진제공 경기도
서울시 경기도 등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기초자치단체 등이 앞 다퉈 영어캠프를 열거나 영어마을을 조성키로 하는 등 영어교육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교육계 안팎에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행정기관은 공교육이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저렴한 가격에 보완함으로써 학생의 실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교육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은 행정기관이 잘못된 영어교육 열풍을 부추기고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너도 나도 영어교육=행정기관의 영어교육 열풍은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가 지난해 선거 핵심 공약으로 영어마을 조성을 내놓고 당선 이후 이를 현실화하면서 비롯됐다.
경기도는 올해 여름방학 때 초중생 1360명을 대상으로 2주간의 원어민 영어캠프를 연 데 이어 겨울방학에도 역시 영어캠프를 열 계획이다.
참가비는 1인당 40만원으로 나머지 20억원은 경기도가 세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이다.
경기도는 이와 함께 1090억원을 들여 2006년 개원을 목표로 파주시 통일동산 내 8만평의 부지에 교육연수시설과 체험학습장 등을 꾸미고 원어민이 거주하는 영어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안산시 대부도의 공무원수련원을 내년 하반기에 영어마을로 개장할 예정이며 경기 동부권역에도 영어마을을 조성해 나갈 방침이다.
이에 뒤질세라 서울시 역시 강북지역에 2006년 완공을 목표로 영어체험마을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일선 지자체도 영어교육에 뛰어들었다. 경기 화성시는 올해 처음으로 겨울방학 때 3주간의 영어캠프를 열기로 하고 참가자 50명(참가비 48만원)을 모집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도 영어캠프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영어교육에 나서는 행정기관은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찬반 논란=사설학원이나 대학, 교육기관 등이 담당하던 영어교육을 행정기관이 직접 담당하는데 대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시민단체들은 행정기관의 영어교육 투자는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뿐만 아니라 공교육을 피폐화시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바른영어교육 실천모임 조지윤 대표(60)는 “2∼3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며 “혈세를 낭비하지 말고 학교 영어교사의 질을 높이는 데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최창의(崔昌義) 교육위원도 “소수만 참가할 수 있는 단기간의 영어캠프는 형평성과 실효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공교육 정상화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여재홍 영어마을 팀장은 “영어 사교육 시장만 5조원대에 이르는데도 우리의 영어 실력은 좋지 못하며 사교육은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며 “행정기관의 영어교육은 공교육을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보완하는 측면이 크다”고 반박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