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대에서 열린 삼성차이나의 채용설명회. 베이징대 졸업반 학생 350여명이 몰린 이날 행사에서 학생들은 “나노기술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거나 “재학 중 기업체에서 일을 했다”는 등 다양한 현장 경력을 내세워 자신을 ‘세일즈’했다.
삼성차이나 관계자는 “중국 이공계 대학 졸업자들은 기초 지식이 탄탄한 데다 기업체 등의 실무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하다”며 “6개월∼1년 정도 재교육을 하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 중심 교육을 강조하는 중국 대학 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다.
칭화대 자동화학과 4학년인 한국인 유학생 손기원(孫基源·22)씨는 3학년 여름방학 1개월간 자동화 로봇 제작공정 중 한 과정을 직접 해보는 현장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손씨는 “학교 내 공장과 샤오반(校辦)기업 등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부품 조립 등의 실제 생산공정을 해봤다”고 말했다.
칭화대 컴퓨터공학과 양스창(楊士强) 교수는 “학부생이 산학 프로젝트에 참가하면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 논문도 철저히 현장 중심이다. 5년제인 칭화대 건축학과 졸업반 학생들은 실제 건설현장의 주택단지 1동을 직접 설계한 졸업논문 1편과 설계 작품 1편을 내야 한다. 우수 논문은 실제 건축현장에 적용된다.
베이징대는 최근 이과 신입생 200명을 대상으로 2학년까지 수학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을 두루 공부하고 3학년 때 전공을 택해 실무 프로젝트 등에 참가하는 ‘위안페이(元培)’ 계획을 시작했다. 2학년 때까지 전 분야의 기초과학 실력을 높이고 3학년부터는 실무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 일반 학생들보다 20∼30% 정도 많은 학점을 이수하도록 해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대학은 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대학의 연구 능력을 높이고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키우려면 기업의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
칭화대는 1995년 총장이 직접 나서 대기업 투자 상담 창구인 기업합작위원회를 만들었다. 현재 중국기업 160곳, 외국기업 40곳이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칭화대는 이를 통해 연간 1500개의 연구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01년 중국 대학의 연구개발비 중 기업이 부담하는 비율은 40% 정도로 한국 대학(15%)에 비해 크게 높다.
또한 중국 대학의 연구개발비 가운데 산업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응용연구 비중은 전체의 60% 정도. 한국 이공계 대학의 응용연구 비중(29.7%)에 비하면 크게 높은 수치다.
베이징=박 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