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냐, 남미냐.”
9일과 10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2003세계청소년(20세 이하) 축구선수권대회 16강전은 ‘유럽과 남미의 대결’이 하이라이트. 스페인 슬로바키아 아일랜드 등 유럽 3개 팀이 각각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 브라질 콜롬비아와 만나 양 대륙의 축구 자존심 싸움이 지구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경기는 세계 축구 흐름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유럽의 파워 vs 남미의 기술
9일 열리는 슬로바키아와 브라질전이 관심의 초점. 16강 진출팀 중 유럽과 남미의 색채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팀들의 대결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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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개인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리듬의 축구를 구사하는 남미축구의 대명사. 선수들의 경기운영 능력이 뛰어나 삼바리듬 같은 플레이의 강약 조절로 상대팀을 당황하게 한다. 이번 대회 B조에서 호주에 2-3으로 덜미를 잡혀 자존심을 구기긴 했지만 1승1무1패로 16강에 진출했다. 골잡이 다니엘 카발류가 공격라인을 이끌고, 아다일톤과 다니엘이 이끄는 수비라인이 견고하다.
슬로바키아는 미드필드와 최전방 공격수의 공간움직임이 빠르다. 긴 패스에 의한 측면돌파와 센터링으로 공격의 흐름을 주도하는 스타일. 슬로바키아는 체코와 함께 유럽클럽축구의 선수 공급원으로 불릴 정도로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1m80이 넘는 장신 공격수 필립 홀로스코와 주라이 할렌나르를 앞세워 A조에서 UAE와 파나마 등 비교적 쉬운 상대를 누르고 16강에 올라왔다. 역시 1m80을 훨씬 넘는 밀로스 브레진스키와 모렉 체크가 버티는 수비라인도 탄탄하다.
스페인과 파라과이는 정확하고 빠른 패스워크로 경기를 운영하는 점은 비슷하다. 다른 점은 스페인 선수들은 유럽의 파워에 남미축구 못지않은 개인기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 아일랜드와 콜롬비아전은 키가 크면서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스트라이커가 포진한 콜롬비아가 우세할 전망.
▽2003청소년축구는 수비축구
이번 대회는 예선 36경기에서 80골이 터졌다. 평균 2.2골로 2001년 대회 전 경기 평균(2.87)에 크게 뒤진다. 한마디로 수비축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다보니 선수들의 득점력도 떨어진다. 득점 공동선수인 스티븐 엘리엇(아일랜드)과 에드 존슨(미국), 레안드로 페레난데스(아르헨티나) 등이 3골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해 득점왕을 차지한 사비올라(아르헨티나)가 세웠던 역대 최다골(11골)에 현저히 뒤지는 페이스.
박성화 한국 감독은 “우리뿐 아니라 대부분의 팀이 수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선수들이 아직 어려 무리수를 두지 않으려는 경향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부다비=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