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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음반]벤 헤프너의 'Ideale'

입력 | 2003-12-08 18:18:00


언제나 청춘일 것 같던 캐나다의 테너 벤 헤프너가 올해 50세가 됐다. 90년대 초반 데뷔 당시 ‘빅 3 테너’의 대열에 가세할 만한 기대주로 평가됐지만 그 뒤 그는 언제나 ‘큰 재목’이었을 뿐 ‘스타’로서 취급받지는 못했다. 그가 어정쩡하게 있는 동안 후배 세대인 알라냐, 쿠라, 리치트라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이동했다. 그는 불운의 테너였을까.

그는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이는 모습으로 도이체 그라모폰(DG)사의 새 음반 ‘이상(理想·Ideale)’ 표지(사진)에 등장했다. 음반에는 ‘이상’을 비롯해 프란체스코 파올로 토스티(1848∼1916)의 서정가곡 열아홉 곡이 실려 있다.

그는 레온카발로의 격정적 오페라 ‘팔리아치’ 등을 잘 소화하는 드라마티코(극적) 테너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영웅적 바그너 오페라의 주인공까지 잘 소화하는 테너로 소개돼왔다. 새 음반을 들으면 그에겐 알려지지 않은 미덕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실제 나이에 걸맞지 않게, 중절모 차림에 지팡이까지 그러쥔 음반 표지는 토스티 가곡의 회고적이고 쓸쓸한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한 연출인 듯하다. 가곡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리’ ‘굿바이’에서 들려주는 상심(傷心)의 표현은, 표지에서 느껴지는 애틋한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낸다. 그는 충분한 호흡으로 템포를 넉넉하게 잡아 노신사의 산책처럼 단아한 분위기를 배경에 깔고 맑은 공명으로 서정적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세공(細工)하듯이 단어 하나하나의 표정을 끌어내기 보다는 전체적 분위기를 살려나간 점이 돋보인다. ★★★★(★ 5개 만점)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