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측에 썬앤문 그룹의 비자금을 대선자금으로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모 제약회사 회장 홍기훈씨가 8일 오후 서울지검 서부지청에 출두하고 있다. -이훈구기자
대통령 측근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썬앤문그룹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이 썬앤문그룹에서 받은 1억원의 성격과 사용처 등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실장이 지난해 대선 전 썬앤문그룹 문병욱 회장(51·구속)에게서 받았다는 1억원이 썬앤문그룹의 비자금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이 전 실장이 문 회장에게서 받은 불법 자금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에 전달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 전 실장이 썬앤문그룹에서 수수한 돈의 경우 노 후보 캠프의 사조직 관리 비용으로 상당수 지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수사팀의 시각이다.
검찰은 이 돈이 비자금에서 나온 데다 영수증 처리 등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전 실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중 그를 소환해 혐의가 확인되면 형사처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전 실장이 수수한 돈의 규모가 현재 알려진 대로 1억원에 그칠지, 아니면 규모가 크게 확대될지 여부다.
한나라당은 이 전 실장 등이 썬앤문그룹에서 95억원의 대선자금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해 이에 대한 특검이 예정돼 있다.
검찰은 이 전 실장이 썬앤문그룹에서 받은 금액이 1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달 출범을 앞두고 있는 특검 수사 이전까지 측근 비리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이 전 실장이 썬앤문그룹뿐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 추가로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또 다른 관심거리는 이 전 실장이 대선 당시 노 후보에게 썬앤문그룹의 자금 제공 사실을 보고했는지 여부다.
노 후보가 불법 선거자금 수수 사실을 보고받았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썬앤문그룹 사건의 파문이 노 대통령에게까지 확대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실장은 그동안 “거리낄 게 없다”며 썬앤문그룹에서 불법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의혹 자체를 전면 부인해 왔기 때문에 검찰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란 ‘벽’을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