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메트로 현장]서울驛舍 변신…"넓어서 좋긴한데…"

입력 | 2003-12-09 18:13:00

지난달 28일 개관한 서울역 신축 역사. 구 역사 옆에 세워진 신축 역사는 규모가 3배 이상 커지고 건물 전체가 유리로 돼있어 모양새도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주훈기자


《“초현대식인 데다 이전보다 훨씬 넓어져서 맘에 드네요.” “돈만 많이 들였지, 승객을 위한 고민은 별로 없어 보여요.” 보따리 하나만 들고 상경한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애환이 서린 곳, 서울역이 최근 대변신을 했다. 서울시 사적 제284호로 지정된 구 서울역사 옆에 고속철도역을 겸하는 최신식 역사가 최근 문을 열었다.》

총사업비 900여억원에 지하 2층∼지상 5층, 연면적이 2만8800평. 신축 역사는 내년 4월 고속철도 개통에 앞서 지난달 28일 일반철도 승객을 위해 먼저 문을 열었다. 기존 역사는 현재 완전히 폐쇄돼 있다.

날렵해 보이는 유리 외관에 넓고 새하얀 계단…. 하루 이용객만 10만명이 넘는 서울의 얼굴, 서울역은 그 모양새가 가히 예술의 전당과 견줄 만했다.

내부도 훨씬 넓어졌다. 약국과 식당, 편의점 등은 물론 곧 대규모 백화점과 쇼핑센터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멀티플렉스 종합상가를 무색케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사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훨씬 크고 좋다”고 반가워하는 시민도 많았지만 외양만 그럴 듯한 신축 청사에 아쉬움을 표하는 시민도 꽤 있었다.

시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앉아서 쉴 곳이 부족하다는 점. 2층 로비에 마련된 의자는 겨우 180석. 바닥에 내려놓은 짐 위에 걸터앉은 승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구로 내려간다는 박은진씨(28·여)는 “식당이나 스낵바는 잔뜩 있는데 의자는 부족한 것이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며 꼬집었다.

개표구가 예전처럼 경부선, 호남선 등으로 나뉘지 않고 하나로 줄어든 것도 승객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안내를 맡고 있는 김순이씨(49·여)는 “예전처럼 전광판에 입구가 표시되지 않으니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오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벽이 유리창으로 만들어져 햇빛이 잘 들어오는 구조임에도 천장이 낮아 어쩐지 어두워 보였다. 전광판 영어안내가 ‘Saemaul(새마을)’ ‘Mugunghwa(무궁화)’ 등으로 표시돼 외국인이 열차 등급을 쉽게 알아볼 수 없는 점 등도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물론 시민 편의를 위해 고심한 흔적도 많다. 모든 출발 및 도착 승강장에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장애인이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호텔 수준의 화장실과 색상이나 디자인을 깔끔하게 통일시킨 종합안내센터나 매표창구도 눈여겨볼 만하다. 또 통로가 시원하게 넓은 지하철 환승광장이나 역사 2층에 만들어진 환승 주차장 등도 편리했다.

철도청 정문영(鄭文永) 홍보팀장은 “서울역 옛 역사는 상징성이 있어 박물관이나 전시관 등으로 쓰는 것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역 영업관리과 김영식 팀장은 고속철도 개통 후 신역사 활용과 관련해 “고속철도와 일반철도의 대합실로 함께 사용하고 일부 일반철도는 용산역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