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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운동가 호지여사 “산업화는 행복 키워주지 못해”

입력 | 2003-12-09 18:51:00

세계적 생태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여사는 9일 기자회견에서 “경제발전의 방향을 농촌이나 생태공동체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주훈기자


‘오래된 미래’의 저자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스웨덴 출신의 생태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여사(57)가 녹색평론사(대표 김종철·영남대 교수) 초청으로 내한해 9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1991년 처음 출간된 후 47개 언어로 번역돼 생태운동 분야의 고전이 된 ‘오래된 미래’(96년 녹색평론사 번역 출간)는 인도 히말라야 고원에 있는 인구 13만명의 작은 공동체 ‘라다크’ 사람들의 삶을 다룬 책이다. 노르베리호지 여사는 런던대 동양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75년 학위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라다크 지역을 처음 방문한 후 이 지역에 서구문명이 유입되면서 빚어지는 갈등을 현지에서 약 16년 동안 관찰하며 이 책을 저술했다.

“라다크에 있으면서 ‘미래’로 가는 길이 산업화만은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라다크에 서구식 경제발전 모델이 도입되기 전까지 실업이라는 건 없었어요. 생산이 소수의 거대 기업으로 집중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빈부격차가 심화됐죠. 이것은 라다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에 공통된 현상입니다.”

그는 산업화에 대한 대안으로 소농(小農)을 중심으로 한 ‘지역식량운동’을 제안했다.

“우리가 직면한 사회문제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농을 지원해서 도시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도록 하는 거예요. 소농이 직접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면 유전자조작이나 농약의 과다사용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생물의 종 다양성과 지역문화의 다양성도 살릴 수 있습니다.”

그는 “‘행복’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먹고 즐기고 일하면서 보다 좋은 사회적 관계를 이루고 자연과 접촉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며 “지나친 지적 활동에 지쳐 있는 현대인들은 잠시 일을 멈추고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 자신도 매일 1시간씩 명상을 한다고 했다.

노르베리호지 여사는 내한 중 녹색평론사가 개최하는 ‘제3회 21세기를 위한 연속강좌’에서 강의를 한 뒤 14일 출국한다. 10일 오후 7시 서강대, 11일 오후 7시 충남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 환경농업교육관에서 각각 ‘오래된 미래와 그 이후’, ‘세계화에서 지역화로’를 주제로 강의를 할 예정이다. 053-742-0666

김형찬기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