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의 일거수일투족에 깊은 관심을 쏟는다. 9일엔 더 그랬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수준을 결정한 날이었기 때문. 많은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의 예상대로 FRB는 연방기금금리를 종전 수준인 연 1%로 그대로 두었다. 1959년 이래 최저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금리는 은행간 하루짜리 단기거래에 적용하는 것으로 미 FRB의 정책수단 중 가장 주요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금리 수준은 물론 FRB가 정책기조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에도 관심을 갖는다. 인플레 또는 디플레 중 어디에 금융당국이 신경을 쓰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달엔 정책기조도 종전과 같은 ‘중립’으로 발표됐다. 이것도 예상한 대로다. 이번에 투자자들이 긴장감을 갖고 지켜본 것은 FRB가 저금리를 언제까지 끌고 갈지에 관해 어떤 표현으로 언급하느냐는 점이었다.
결국 관심의 초점은 FRB가 ‘상당기간(considerable period)’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표현을 계속 쓰느냐에 있었다. 이쯤 되면 투자자들이 보통 세심한 것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달에 이런 표현이 없어지거나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대부분의 짐작대로 이날 오후 2시15분에 나온 FRB 발표문에는 이 표현이 달려 있었다. 다만 이번 달에는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율에 대한 우려가 전보다 줄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날 주가는 FRB의 눈치보기 양상이었다. FRB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 따라 전날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고 이날 개장 직후 10분 만인 오전 9시40분경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0,000을 돌파하기도 했다. 비록 몇분간만 유지됐지만 2002년 5월 31일(종가기준으로는 5월 24일) 이후 18개월 만의 다섯자릿수 지수였다.
경계매물이 쏟아져 나온 데다 FRB가 오후에 어떤 표현을 내놓을지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주가는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또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FRB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언급한 것을 금리를 올릴 시점에 더 가까이 온 것으로 해석했고 이 때문에 주가는 더 떨어졌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FRB가 단기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하겠지만 어쨌든 투자자들은 FRB의 판단을 지켜보면서 리스크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