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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법자금 152억]채권 현금화 비용 감안 100억에 덤으로 12억 줘

입력 | 2003-12-10 18:53:00


검찰이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이 한나라당에 불법 대선자금 152억원을 제공한 사실을 밝혀냈으나 앞으로 돈의 구체적인 전달 경위와 출처, 사용처 규명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다단계 전달=삼성의 불법 대선자금은 현금 40억원과 채권 112억원으로 나뉘어 여러 단계에 걸쳐 한나라당에 전달됐다. LG그룹이 현금을 탑차에 실어 한 번에 전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152억원 중 현금 40억원은 지난해 10월 말과 11월 초에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과정에는 LG 비자금 150억원을 전달받은 혐의로 구속된 서정우(徐廷友) 변호사가 관여하지 않고 제3자가 개입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삼성측은 당초 현금 50억원을 준비했다가 한나라당에 연간 낼 수 있는 후원금 한도가 남아 있어 10억원은 공식 후원금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40억원을 음성적으로 전달했다는 것.

채권의 단위가 100억원이 아닌 112억원으로 된 것은 채권을 사채 시장 등에서 현금화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감안해 12억원의 채권을 덤으로 줬다는 것이 수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채권 112억원어치 중 55억원은 지난해 11월 중순 전달됐다. 앞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이었던 최돈웅(崔燉雄) 의원은 삼성구조조정본부의 윤모 전무에게 “다른 기업도 대선자금을 많이 냈으니 자금을 추가로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 전무는 이를 이학수(李鶴洙) 구조조정본부장에게 알려줬으며 이 본부장은 김모 재무팀장에게 서 변호사를 만나 자금의 규모와 전달방식을 상의하라고 지시했다. 김 팀장은 서 변호사를 만나 “돈을 주고받을 때 번거로움은 피하자”고 합의했다. 이어 1000만원짜리와 500만원짜리 채권을 월간지 책 크기로 포장한 뒤 서울 강남의 서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가 전달했다. 이 채권은 무기명 국민주택 채권으로 현금화할 때 출처 확인이 쉽지 않다. 삼성측은 검찰에서 “채권은 대주주가 구조본에 맡긴 개인 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채권 57억원어치는 같은 해 11월 하순경에 비슷한 방식으로 전달됐다.

한나라당에 전달된 삼성의 불법 대선자금은 LG 150억원보다 많아 최다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수사팀 관계자들은 “삼성의 정치자금 규모가 다른 기업의 기준이 된다는 점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전망=검찰은 삼성의 대선 자금 수사 역시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혀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또 다른 파문을 불러올 수 있다.

우선 자금 출처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들은 “더 조사해봐야 알 수 있지만 대주주인 이건희(李健熙) 삼성 회장의 돈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문제의 돈이 삼성구조본이 계열사를 통해 마련한 비자금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수사에서 ‘삼성 비자금’의 존재가 확인될지와 이 회장 등 대주주가 검찰 조사를 받을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5대 그룹에서 받은 대선자금 중 검찰이 확인한 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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